교육 1390

바다의 붉은 재앙, 적조(赤潮)

바다의 붉은 재앙, 적조(赤潮) 전라도와 경상도의 바닷물 색깔이 변했다. 전라도 순천부(順天府) 장생포(長省浦)의 바닷물이 15일부터 적색을 띠기 시작하더니 20일에는 흑색으로 변했다. 물고기와 새우가 죽어 물위로 떠올랐다. 바닷물을 떠서 용기에 담아보았더니 평소와 다름없는 색이었다. 경상도 양주(梁州, 양산) 다대포(多大浦)에서는 18일부터 20일까지 바닷물이 적색을 띠었다가 27일부터 28일까지 또다시 적색이 되었다. 물고기가 죽어서 물위로 떠올랐고 바닷물을 떠서 용기에 담아두었더니 달인 우뭇가사리 액즙처럼 엉겨붙었다. 절영도(絶影島, 영도)에서는 18일부터 20일까지 바닷물이 적색을 띠었다. 동래(東萊) 외평(外坪)에서는 21일에 바닷물이 적색을 띠었으며, 부산포(富山浦)에서는 27일부터 28일까지..

더위 견디기

더위 견디기  나직한 처마서 근심 풀며 석양 보내니하얀 달의 흐르는 빛에 낚시터가 서늘한데노나라 들판의 어부가로 물 흐린 것 걱정하고진나라 정자의 계제사에 난초 향기 떠올리며물장구는 물결 쫓는 오리 배우려는 것 같지만닦아 말리니 젖기 싫은 염소 도리어 같아지고친구들 손 맞잡고 모두 깊이 잠들었지만명아주 침상을 비추는 아침 해에 부끄럽잖네 矮簷排悶送殘陽        왜첨배민송잔양素月流輝釣石涼        소월류휘조석량魯野漁歌愁水濁        노야어가수수탁晉亭禊事憶蘭香        진정계사억란초瀊回欲學隨波鴨        반회욕학수파압晞挋還如畏濕羊        희진환여외습양社友相携渾睡熟        사우상휴혼수숙不羞紅旭照藜牀        불수홍욱조려상 - 정약용(丁若鏞 : 1762~18366), 『여유당전서..

여름밤의 길이

여름밤의 길이 병 치르고 일어나니 봄바람은 간데없고시름겨운 여름밤은 길기도 해라 病起春風去, 愁多夏夜長.병기춘풍거, 수다하야장.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신조선사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1집 제4권 시문집 시(詩), 「밤(夜)」 마흔 살의 다산(茶山)은 장기(長鬐)의 적소에서 맞은 봄을 병치레로 보내고 처음으로 견뎌내는 여름은 쉬이 잠들지 못했다. 그나마 설핏 든 잠을 흔들어 깨우는 건 떠나온 곳을 향한 그리움. 여름밤이 길기는 강진(康津)으로 옮겨지고 세 해가 지나서도 그 이듬해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모기를 미워하다(憎蚊)」에서 “가마득한 여름밤이 한 해만큼 길어라(漫漫夏夜長如年)”라 읊고 「차운하여 황상의 보은산방에 부치다(次韻寄黃裳寶恩山房)」에서는 “여름 이 밤이 몹..

임리(淋漓), 촉촉하고 자욱한

임리(淋漓), 촉촉하고 자욱한 “돈을 물 쓰듯 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물이 귀하디귀한 사막기후의 사람들에겐 아연한 말일 것이다. 기후 재앙의 시대, 봄 가뭄이 연례행사가 된 요즘은 우리도 물 부족을 절감하곤 하나, 한국을 포함한 극동아시아는 비교적 물이 풍부한 지역에 속한다. 특히 여름 장마철 습기는 대단하다. 꼭 우기가 아니더라도 습윤한 기후를 체감할 기회는 적지 않다. 비 갠 뒤 내 건너 앞산 중턱에 피어오르는 운기는 한국 전원의 흔한 풍경이다. 새벽 농무를 가르며 촘촘한 물길을 오가는 거룻배를 젓는 삿갓 쓴 어부는 중국 강남을 대표하는 정경이다. 정원의 낙숫물 소리와 함께 음미하는 농밀한 말차는 습기 가득한 일본의 여름 차밭 공기를 응축한 듯한 맛이다.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사람들 마음속 한구석엔..

어머니의 뉴트로

어머니의 뉴트로 사람의 성품은 음악에 모두 드러난다.후세의 음악이 옛 음악보다 못하게 된 것은사람들의 성품이 옛날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人之性情, 皆現於樂. 後世之樂, 不及古樂, 人之性情, 不古故也.인지성정, 개현어악. 후세지악, 불급고악, 인지성정, 불고고야. 위백규(魏伯珪, 1727∼1798), 《존재집(存齋集)》 〈독서차의(讀書箚義)·논어(論語)〉 뉴트로는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이다. 레트로는 복고주의이며 옛것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에 기반한 취향이다. 뉴트로는 뉴가 붙은 만큼 단순히 옛것에 대한 애호가 아니라 옛것을 가져와 새롭게 지금의 것으로 만들어 즐기는 것을 가리킨다.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사례를 보면 레트로와 뉴트로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

근심을 잊는 방법

근심을 잊는 방법  숭문동 골짝 어귀에는 이끼가 자라고     긴긴 여름날 사립문은 한두 집만 열렸어라     푸른 풀 돋아나는 연못엔 산새가 내려앉고     흰 구름 낀 울타리엔 시골 중이 찾아오누나     항상 편히 앉아서 또 종일을 보내다가     문득 한가한 정취 일면 술잔을 든다오     근래 인사가 적어서 점점 기쁘기만 하니     헛된 명성을 세상에서 또 누가 시기하랴   崇文谷口長莓苔        숭문곡구장매태長夏柴門一兩開        장하시문일양개靑草池塘山鳥下        청초지당산조하白雲籬落野僧來        백운이락야승래尋常宴坐還終日        심상연좌환종일忽漫幽情自引杯        홀만유정자인배漸喜年來人事少        점희연래인사소浮名世上更誰猜        부명세상갱수시  - 신..

"될 놈"과 "안 될 놈"의 숨겨진 차이

"될 놈"과  "안 될 놈"의 숨겨진 차이 대체로 곤궁한 자는 운명도 박하고 재주도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영달한 자는 운명도 트이고 재주도 있는 경우가 많다. 大抵窮者多命薄而無材 達者多命通而有材대저궁자다명박이무재 달자다명통이유재    - 성대중(成大中), 『청성잡기(靑城雜記)』 4권 「성언(醒言)」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갑니다. 이번 삶이 그 꿈을 실현할 유일한 시간임을 알기에 고된 수련도, 치열한 승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자세로 사는 우리도, 의문이 드는 순간은 있습니다. 꿈에 다다르기 전에 거쳐야 할 현실의 주요한 길목들을, 별다른 수고로움이나 어려움의 흔적 없이 선점한 이들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남다른 능력을 지녔으리라 짐작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자기 기량이..

낙화의 계절을 기억하며

낙화의 계절을 기억하며  한바탕 비바람에 화엄 세계 펼쳐지니영화로움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네아직도 꽃은 서너 송이 남았지만내일 아침이면 색즉시공 깨닫겠지희미한 향기 아쉬워 섬돌 주변 맴돌고떨어진 꽃 애처로워 걷던 발 도로 내리네붉고 푸른 빛깔 속에 미래 훤히 알건만형형색색 고운 모습 잠시 두 눈 머무네  一番風雨是華嚴        일번풍우시화엄悟得繁英不久黏        오득번영불구점今日猶看三四剩        금일유간삼사잉明朝參破色空兼        명조참파색공겸香餘黯黯頻巡砌        향여암암빈순체錦地悄悄止捲簾        금지초초지권렴紅綠極知來歲事        홍록극지래세사且留雙眼看洪纖        차류쌍안간홍섬 - 유만주(兪晩柱, 1755~1788), 『통원고(通園藁)』 「낙화(落花)」   여름도 가..

화를 내면 나찰 지옥에 떨어진다

화를 내면 나찰 지옥에 떨어진다-대승불경이 조선 유학자의 문집에 실리기까지 『법화경(法華經)』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40년 설법을 집약하는 정수를 담고 있는 경전으로서 『반야경(般若經)』, 『유마경(維摩經)』, 『화엄경(華嚴經)』과 함께 초기에 성립된 대승불교 경전이다. 원문은 네팔에서 산스크리트어로 쓰였다고 알려져 있고 동아시아에는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자로 번역한 뒤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법화경』 중 관음 사상의 근원이 되는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이 있다. 이 품은 중생들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온 마음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모두 해탈케 한다는 내용인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만약에 백천만억 중생이 금, 은, 유리, 차거, 마노, 산호, 호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