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모르는 노인의 죽음에 부쳐 지금 이 유 씨 노인은 한 해가 다 가도록 한 걸음도 길에 나다니지 않았지마는그가 한 일은 오로지 세상에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今叟亦終年未甞一步行於路, 而其所業亦惟所以行者也. 금수역종년미상일보행어로, 이기소업역유소이행자야. - 이건창(李建昌, 1852~1898), 『명미당집(明美堂集)』 제19권「유수묘지명(兪叟墓誌銘)」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이 쓴 「유수묘지명(兪叟墓誌銘)」에는 이름도, 출신도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유 씨는 일찍이 세상을 떠돌다 40대 때부터 영재의 이웃 윤여화의 집에서 30여 년간을 객으로 지냈는데, 일정한 직업이 없어 신을 삼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거의 두문불출한 채 조용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