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절이 빛을 다하면 꾀꼬리는 게을러졌고 제비는 노쇠하였다.고운 빛깔의 경치는 초여름의 아름다움이라서,초록빛 잎사귀들이 빼곡히 우거졌고 붉은빛 꽃잎은 듬성듬성하다.너무 쉽게 사라져 가버리는 봄빛은 견디기가 어렵지.백 년 인생도 꿈일 뿐이니, 세상 모든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鶯慵燕老, 正屬麗景初姸, 綠暗紅稀, 叵耐韶光易歇.앵용연로, 정속려경초연, 녹암홍희, 파내소광이헐.百年亦夢爾, 萬事於吾何?백년역몽이, 만사어오하. - 신흠(申欽, 1566~1628), 『상촌집(象村集)』 「수기치어(睡起致語)」 중에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의 여운이 달아나기 전에 얼른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곤 한다. 꿈에서 나는 다른 시절을 살고 왔다. 꿈의 시절 안에서 이제 안부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게 된 사람과 도란도란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