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412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버티며 지내야 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버티며 지내야 한다- 신지도 유배지에서 이광사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아름다운 꽃은 정결하지 않은 흙에서 피어난다. 정치한 이론은 부조리한 현실에서 빚어진다. 이광사의 〈서결〉(일명 ‘원교서결’)은 필법의 이론을 곡진하게 해설한 글이며, 동시에 그 이론을 실제 적용하여 손수 쓴 독창적인 글씨이기도 하다. 즉 뛰어난 이론서이자 높은 경지의 예술 작품이다. 이러한 〈서결〉이 탄생한 곳은 유배지 신지도였다. 이광사는 궁핍하고 고단한 유배 생활 가운데 붓끝을 벼리고 벼려 이것을 써냈다. 앞서 〈서결〉의 글씨를 살펴보며 그 서예 세계의 일단을 엿본 바 있다. 여기에서는 작품의 배경이 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화유산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서첩에 포함된 편지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창가에 이[蝨] 하나를 달아 놓고서집중하면 수레바퀴처럼 커 보인다지내가 이 돌멩이를 얻고 난 뒤로는화산 쪽을 향해 앉지를 않는다네 窓間一蝨懸 창간일슬현目定車輪大 목정차륜대自我得此石 자아득차석不向花山坐 불향화산좌 - 최립(崔岦, 1539~1612), 『간이집(簡易集)』 권6, 초미록(焦眉錄) 중 몇 년 전, 글을 쓰기 위해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DB를 뒤적이던 중이었다. 대개는 필요한 부분만 찾고 나면 더 들여다볼 일이 없는 자료들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자료가 수록된 책의 글을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은 바로 개성 출신 16세기 문인인 간이당(簡易堂) 최립의 문집, 『간이집』이었다. 권두에..

수학을 배우는 이유

수학을 배우는 이유 또한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마음을 집중하고 생각을 다잡아 인성을 수양할 수 있고 숨겨진 원리를 탐구하고 깊은 의미를 찾아내어 지혜를 증대시킬 수 있으니 이러한 수학의 효능이 음악이나 독서와 어찌 다르겠는가. 且習是法者, 其潛心攝慮, 足以養性, 探賾鉤深, 足以益智, 此其功豈異於琴瑟簡編哉!차습시법자, 기잠심섭려, 족이양성, 탐색구심, 족이익지, 차기공기이어금슬간편재! 홍대용(洪大容, 1731~1783), 『담헌서(湛軒書)』 「주해수용서(籌解需用序)」 대체 수학을 왜 배워야 하지?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수학 시간마다 혹은 수학 성적이 나올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던 질문이다. 물론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깊이 성찰해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질문은 아니다. 그저 너무 어렵고 재미도 ..

오직 성실뿐

오직 성실뿐 천하의 일이란 성실하지 못함을 근심할 뿐입니다. 진정으로 성실하였다면, 아무리 견고해도 깨뜨리지 못할 것이 없고, 아무리 완고해도 바로잡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天下之事, 患不誠耳. 果誠也, 則無堅不破, 無頑不格.천하지사, 환불성이. 과성야, 즉무견불파, 무완불격. 조현명(趙顯命, 1691~1752), 『귀록집(歸鹿集)』 권5, 「언사소(言事䟽)」 조선 영조대의 명신 조현명이 1727년 그의 나이 37세 때 영조에게 올린 상소문에 나오는 명구이다. 『승정원일기』 영조 3년 7월 18일 기사 중에도 실려 있다. ‘성실(誠實)’ 또는 ‘정성(精誠)’으로 풀이되는 ‘성(誠)’자가 이 구절에서 주요한 관건어로 쓰였다. 바로 뒤에 ‘정신(精神)이 오롯이 이르면 금석(金石)도 꿰뚫을 수 있다’는 옛말..

소소한 피서의 즐거움

소소한 피서의 즐거움 보제원피서서(普濟院避暑序) - 홍성민(洪聖民) 기묘년(己卯年)(1579, 선조12) 6월 26일, 나는 성(城) 남쪽의 허름한 집에서, 더위를 몹시 심하게 먹은 상태였다. 친구인 홍언규(洪彦規) 공(公)이 나를 찾아와 말하기를, "우리 백형(伯兄) 대유(大猷) 씨가 이웃 친구 대여섯 명과 약속하여 내일 아침 보제원(普濟院)에 모여 피서(避暑)를 갈 계획이니, 그대도 자질구레한 일은 떨쳐버리고 오게나." 하였다. 나는 "알겠네." 하고 답했다. 歲己卯月之六日之廿六,余在城南弊廬,病暑甚,友人洪公彦規訪余,來告曰:“吾伯兄大猷氏,約隣朋六七輩,趁明朝會普濟院謀避暑,君其脫宂故來。” 余應曰:“諾。”다음 날 늦은 오후, 나는 말을 타고 성 동문을 나서서 보제원이란 곳으로 향했다. 멀리 보니 여러 벗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