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전의 향기 840

"될 놈"과 "안 될 놈"의 숨겨진 차이

"될 놈"과  "안 될 놈"의 숨겨진 차이 대체로 곤궁한 자는 운명도 박하고 재주도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영달한 자는 운명도 트이고 재주도 있는 경우가 많다. 大抵窮者多命薄而無材 達者多命通而有材대저궁자다명박이무재 달자다명통이유재    - 성대중(成大中), 『청성잡기(靑城雜記)』 4권 「성언(醒言)」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갑니다. 이번 삶이 그 꿈을 실현할 유일한 시간임을 알기에 고된 수련도, 치열한 승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자세로 사는 우리도, 의문이 드는 순간은 있습니다. 꿈에 다다르기 전에 거쳐야 할 현실의 주요한 길목들을, 별다른 수고로움이나 어려움의 흔적 없이 선점한 이들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남다른 능력을 지녔으리라 짐작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자기 기량이..

낙화의 계절을 기억하며

낙화의 계절을 기억하며  한바탕 비바람에 화엄 세계 펼쳐지니영화로움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네아직도 꽃은 서너 송이 남았지만내일 아침이면 색즉시공 깨닫겠지희미한 향기 아쉬워 섬돌 주변 맴돌고떨어진 꽃 애처로워 걷던 발 도로 내리네붉고 푸른 빛깔 속에 미래 훤히 알건만형형색색 고운 모습 잠시 두 눈 머무네  一番風雨是華嚴        일번풍우시화엄悟得繁英不久黏        오득번영불구점今日猶看三四剩        금일유간삼사잉明朝參破色空兼        명조참파색공겸香餘黯黯頻巡砌        향여암암빈순체錦地悄悄止捲簾        금지초초지권렴紅綠極知來歲事        홍록극지래세사且留雙眼看洪纖        차류쌍안간홍섬 - 유만주(兪晩柱, 1755~1788), 『통원고(通園藁)』 「낙화(落花)」   여름도 가..

화를 내면 나찰 지옥에 떨어진다

화를 내면 나찰 지옥에 떨어진다-대승불경이 조선 유학자의 문집에 실리기까지 『법화경(法華經)』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40년 설법을 집약하는 정수를 담고 있는 경전으로서 『반야경(般若經)』, 『유마경(維摩經)』, 『화엄경(華嚴經)』과 함께 초기에 성립된 대승불교 경전이다. 원문은 네팔에서 산스크리트어로 쓰였다고 알려져 있고 동아시아에는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자로 번역한 뒤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법화경』 중 관음 사상의 근원이 되는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이 있다. 이 품은 중생들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온 마음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모두 해탈케 한다는 내용인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만약에 백천만억 중생이 금, 은, 유리, 차거, 마노, 산호, 호박,..

내가 곧 살아있는 꽃이니

내가 곧 살아있는 꽃이니세상 사람들은 그림을 좋아하는데, 아주 꼭 닮은 것을 좋아한다. (…중략…)내가 곧 살아 있는 꽃이니, 그린 것이 꼭 닮았다고 말해서 무엇하리. 世人愛畫,愛其酷肖也. (…中略…) 吾便爲生花,更何言繪之酷肖哉.세인애화, 애기혹초야. (…중략…) 오변위생화,  갱하언회지혹초재.                               위백규(魏伯珪, 1727∼1798), 『존재집(存齋集)』권12, 「격물설(格物說)」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는 조선 후기의 학자로, 장흥에서 저술과 교육 활동으로 평생을 보냈다. 그의 박식함은 널리 알려졌는데, 일례로 그의 저작 중 하나인 『환영지(寰瀛誌)』는 마치 백과사전처럼 천문(天文), 지리, 문물(文物), 제도(制度)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위백규는..

동전과 활자는 형제 사이

동전과 활자는 형제 사이호조 판서(戶曹判書) 박종경(朴宗慶)이 아뢰기를,“병자년(1816)에 새로 주조하기로 한 동전 30만 냥은 은화 대신 받기로 한 구리가 제 시기에 올라오지 않는 바람에 정한 수량만큼 주조하지 못하고 잠시 중단해야 할 형편입니다. 앞서 주조한 20만 냥은 호조에 이송하고 남은 10만 냥은 구리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다시 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리를 운반하는 일은 수로와 육로를 막론하고 뜻대로 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해당 관원이 각별히 유념하여 조치하였다면 어떻게 용광로가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겠습니까. 곤장을 무겁게 쳐서 징계해야 마땅하겠으나 먼 지방의 사정도 잘 따져보아야 할 듯하니, 동래부(東萊府)에서 먼저 진상을 조사하여 보고하게 하고 아울러 은화 대신 받기로 한 ..

스승의 날

스승의 날 인정은 제 스스로 다해야 하고 공론도 마음속에 둬야 하는데잦은 청탁 무례란 걸 잘 알면서도 정말 약고 어리석게 은혜를 팔아작은 공에 벼슬을 사양 안 하고 얕은 학문 스승이 감히 됐으니 스스로를 꾸짖는 말 자리에 새겨 언제나 날 살피는 요점 삼으리 人情須自盡     인정수자진公論亦當思     공론역당사踰禮頻干謁     유례빈간알市恩眞黠癡     시은진힐치功微不辭爵     공미불사작學淺敢爲師     학천감위사自責銘諸坐     자책명저좌時時要省私     시시요성사- 이색(李穡 : 1328~1396),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6권.  이맘때만 되면 학교는 참 분주하다. 벚꽃의 꽃말이라고도 하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신록 짙푸른 계절의 여왕 5월을 만났으니 20대 초반의 젊은 청춘들이 모인 학교가 분주..

살아가려는 마음

살아가려는 마음봄비 그친 뜨락에풀빛 짙어가는 건저들도, 우리와 같아살아가려는 마음 春雨歇時庭草綠, 這般生意與人同.춘우헐시정초록, 저반생의여인동.  권필(權韠, 1569~1612), 『석주집(石洲集)』 제 7권 「임하십영(林下十詠)」 중 ‘관물(觀物)’ 생각해보면 한 자밤쯤 서운하고 외롭기도 하다. 구름이나 바람, 꽃잎이나 나무 같은 건 스스로 그저 아무 말이 없지만 사람은 그것들의 생김새며 움직임, 나타나고 사라짐을 애써 이야기한다. 저 별의 붉은 벌판을 구르는 돌멩이나 이 바다 푸른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따위는 여기 나 좀 보시오, 하지도 않건만 사람은 우주선을 올리고 잠수정을 띄우면서까지 그것들을 끝내 찾으러 간다. 그렇지만 사람은 우주 한구석 티끌 같은 땅덩이에 이렇게 힘을 다해 붙어살고 있다는 ..

세종대왕의 독서법, 백독(百讀)

세종대왕의 독서법, 백독(百讀) 세종은 천성이 학문을 좋아했는데,세자 시절 매번 독서를 할 때면 반드시1백 번을 읽었다. 世宗天性好學 其未出閣 每讀書必百遍세종천성호학 기미출각 매독서필백편 - 허봉(許葑, 1551~1588) 『해동야언(海東野言)』「해동야언 1(海東野言[一])」 ‘세종(世宗)’ 세종은 세자 시절 백독을 즐겼다. 독서를 할 때면 늘 1백 번을 읽었다. ‘백독(百讀)’은 같은 책을 백 번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할 때까지 읽고 또 읽는 독서법이다. 讀書百遍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 즉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백독(百讀)은 반복의 힘을 믿는 독서법이다. 반복 또 반복하는 치열한 읽기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믿음이다...

기울기에 대하여 - 이산해 글씨의 가파른 물매

기울기에 대하여 - 이산해 글씨의 가파른 물매 〈정각(正覺)의 시권(詩卷) 앞머리에 쓰다[題正覺詩卷]〉 낚시질 그만두고 취하여 바위에 누워 물안개 자욱한 강가에서 탁영(濯纓)의 옛 노래 부르노라 평생 자연을 그리도 좋아하더니 늘그막에도 강가에 살고 있네 촌로와 자리나 다투며 지내는 몸이니 은자라 부를 것 없소이다 모래톱에서 웃으며 함께 가리키네 거울 같은 한강수에 또렷한 저 삼각산을 백발의 이 늙은 거사는 사문(斯文)에 노닐고 있는 몸이지만 정각(正覺)은 무엇 하는 사람이길래 이리도 간절히 시를 구하는가 함부로 쓴 오언시(五言詩) 종이 위에 비바람 몰아치는 듯하네 가지고 가 남에게 보이지 마시게 이제부터 문 닫고 숨어 살려 하나니 *취하여 바위에 누워: 원문의 ‘취석(醉石)’은 도연명이 취하여 누워 잤던..

삼월 삼짇날 꽃놀이

삼월 삼짇날 꽃놀이 삼월 삼짇날에 온갖 꽃들이 새로 피니 자각의 그대 집이 봄과 잘 어울리겠지 하늘거리는 아지랑이는 도성 거리에 많겠고 길게 이어져 있는 방초는 누구에게 주려나 만리 펼쳐진 풍광에 괜스레 고개 돌릴 뿐 해 넘도록 약물은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오 남쪽 성곽에서 옛날 놀던 일 온통 꿈만 같아 백발로 저문 강가에서 읊조리며 바라보노라 三月三日雜花新 삼월삼일잡화신 紫閣君家正耐春 자각군가정내춘 搖蕩游絲多九陌 요탕유사다구맥 留連芳草與何人 유련방초여하인 風烟萬里空回首 풍연만리공회수 藥物經年不去身 약물경년불거신 南郭舊遊渾似夢 남곽구유혼사몽 白頭吟望暮江濱 백두음망모강빈 - 신광수(申光洙, 1712~1775) 『석북집(石北集)』 권3 「삼월 삼짇날 권중범에게 부치다[三月三日寄權仲範]」 삼월 삼짇날은 음력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