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374

사표(師表)를 그리며

사표(師表)를 그리며 (전략) 참된 기풍 멀리 사라지니 큰 거짓이 이에 일어나도다 골목마다 선비들 가득해도 천 리 안에 현인은 하나도 없네 (중략) 하여 나의 도를 행하려 해도 누구에게 물어볼 인연 없었어라 난초 향기 나는 군자 거처 찾아다녀 봤지만 죄다 비린내 나는 생선가게 뿐 남쪽으로 온 고을 다 돌아다니느라 청산의 봄을 아홉 번이나 흘려보냈더니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궁벽한 바닷가에 하늘이 맹모 같은 이웃 보내주실 줄 (후략) (전략) 眞風遠告逝 진풍원고서 大僞斯興焉 대위사흥언 閭巷滿章甫 여항만장보 千里無一賢 천리무일현 (중략) 所以行己道 소이행기도 將向問無緣 장향문무연 歷訪芝蘭室 력방지난실 竟是鮑魚廛 경시포어전 南遊窮百城 남유궁백성 九違靑山春 구위청산춘 豈謂窮海曲 기위궁해곡 天降孟母鄰 천강맹모린 (..

조선시대의 도덕 교과서

조선시대의 도덕 교과서 1428년 세종의 재위 10년째 되던 해 '김화'라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 받은 세종은 심히 탄식하며 "내 덕이 없는 까닭이로다"라고 크게 자책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신하들을 소집해 백성들을 교화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세종의 물음에 허조라는 신하가 대답하였습니다. "형벌 제도가 관대하여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니 법을 강화하여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변계량이라는 신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습니다. "법을 강화해서 될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서 스스로 효행을 깨치게 하소서" 이에 따라 윤리, 도덕 교과서 제작을 추진하였고 모범이 될 만한..

자기에게 절실하게

자기에게 절실하게 옛사람은 학문을 하면서 모두 자기에게 절실하게 하였으니, 자기에게 절실하게 하는 것이 바로 학문을 하는 요령입니다. 만약 자기에게 절실하게 하지 않으면, 이는 성경현전(聖經賢傳)을 한바탕의 설화(說話)로 삼는 것일 뿐입니다. 古人爲學, 蓋皆切己, 切己乃爲學之要也. 如不切己, 是將聖經賢傳爲一場話說而已也. 고인위학, 개개절기, 절기내위학지요야, 여부절기, 시장성경현전위일장화설이이야. - 윤선도(尹善道, 1587-1671), 『고산유고(孤山遺稿)』권2 「진시무팔조소(陳時務八條疏)」 이 글은 고산(孤山) 윤선도가 임진년(1652, 효종3)에 올린 상소인 「진시무팔조소」의 한 문장이다. 진시무팔조소란 ‘지금 임금이 힘써야 할 여덟 가지 일에 대해 아뢴 상소’라는 뜻으로, 이 문장은 ..

나의 이름은

나의 이름은 자정이 말하였다. “다릅니다. 형. 공자께서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삼가 생각하고 밝게 분변하고 독실하게 행해야 한다. 남이 한 번, 열 번 해서 능하다면 나는 백 번, 천 번 한다.’ 말씀하시고는, 또 ‘과연 이 도에 능하게 된다면 어리석더라도 반드시 밝아지며 유약하더라도 반드시 굳세게 된다.’는 말씀으로 간절한 뜻을 극진히 하셨습니다. 이는 학문을 하는 전체이고 덕에 들어가는 큰 방법입니다. 그런데 형은 이 ‘과능(果能)’의 ‘과’가 있는 줄은 모르고, ‘과’의 한 가지 일로만 말한 것과 성인이 달가워하지 않은 ‘과’를 취하여 비긴 것은 어째서입니까. 내가 거처에 이름을 붙인 뜻은 여기서 나왔는데 또한 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간재 전 선생이 명명한 것입니다. 형이 한번..

새해풍경

새해풍경 적막했던 문 앞에 시종과 말이 가득하니 부족하게나마 상을 차려 신년 손님 대접하네 탁주 마다않는 임 파총(把揔)이요 떡국 맛좋다 하는 김 생원(生員)이네 羅雀門前僕馬闐 나작문전복마전 聊將薄具餉新年 요장박구향신년 不厭濁酒林把揔 불염탁주임파총 絶甘湯餠金生員 절감탕병김생원 - 이하곤(李夏坤, 1677~1724), 『두타초(頭陀草)』 4책 「새해 아침 장난삼아 배해체로 짓다[元朝戱作誹諧體]」 조선 후기 시인인 이하곤은 어느 해 설을 맞아 7수의 시를 지었다. 시 제목에서 보이는 ‘배해[誹諧]’는 풍자, 농담, 해학의 의미로, 진지하기 보다는 가볍고 유쾌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는 7수 중 세 번째 수이다. 1구의 ‘나성문(羅雀門)’은 참새잡이 그물을 칠만큼 조용한 문이라는 뜻으로 찾..

고양이를 기르는 이유

고양이를 기르는 이유 도적이 없다고 도적을 못 잡는 신하를 기르지는 않는다. 不以無盜而養不捕之臣 불이무도이양불포지신 - 조귀명(趙龜命, 1693~1737), 『동계집(東谿集)』권5 「오원자전(烏圓子傳)」 조귀명의 「오원자전」은 고양이를 오원자라는 인물로 의인화하여 쓴 가전이다. 작중에서 오원자는 원래 미천한 신분에 도적질까지 일삼던 금수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도적 자씨 일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오원자의 능력을 알아본 황제의 특명을 받고 도적떼의 소굴로 진격하여 일망타진하는 공을 세운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오원자에게 포상으로 고기와 가죽과 ‘오원자’라는 제후의 작위, 국방과 치안을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 자리를 하사한다. 그리고 오원자의 공을 치하하는 조서(詔書)를 내리는데 위에서 인용한 ..

따듯한 시선

따뜻한 시선 천하에 재능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 天下無無一能之人 천하무무일능지인 - 정조(正祖, 1752~1800), 『홍재전서(弘齋全書)』권172 「일득록(日得錄)」12 2 서얼허통법(庶孽許通法)은 첩이 낳은 서자(庶子)와 얼자(孼子), 그 자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관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일이다. 고려 시대에는 서얼에 대한 차별이 없었으나 1415년(태종 15) 서선의 건의에 따라 서얼에게 벼슬을 금하기 시작하였고 성종 때 『경국대전(經國大典)』이 편찬되면서 법으로 확정되었다. 서얼은 능력이 있어도 관직에 진출할 수 없었으며 신분 중심 사회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 명종 때 서얼허통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양인(良人) 첩의 자손은 손자부터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으나 유학(儒學)..

이름값을 하려면

이름값을 하려면 군사를 일으킬 때 특별히 호칭을 만들어 스스로 기이함을 드러내는 이들은 결국 대부분 일을 성취하지 못한다. 송의(宋義)는 경자관군(卿子冠軍)이라 칭했는데 패배하였고, 적의(翟義)는 주천대장군(柱天大將軍)이라 칭했는데 패배하였고, 유연(劉演)은 주천도부(柱天都部)라 칭했는데 패배하였으며, 전융(田戎)은 소지대장군(掃地大將軍)이라 칭했는데 패배하였다. 이는 대개 국량은 작은데 스스로를 자랑하려는 마음이 있어 쉽게 자만하여 패배한 것이다. 이주영(爾朱榮)이 천주대장군(天柱大將軍)이라 칭한 일, 후경(侯景)이 우주대장군(宇宙大將軍)이라 칭한 일, 황소(黃巢)가 충천대장군(衝天大將軍)이라 칭한 일 등, 자질구레한 사례가 무척 많지만 또한 말할 거리도 못된다. 起事之始, ..

심모원려(深謀遠慮)

심모원려(深謀遠慮) 의주 변경 멀고 아득하니 나라의 서쪽 국경이라 백성들 채무로 곤궁하여 물에 빠진 듯 불에 타는 듯하였도다 공이 그 장부 불태워 재물 버리고 사람 구하니 우리 백성 재앙의 구덩이에서 건져내고 우리 백성 이익의 근원 넓혀주었도다 옛날에는 구렁텅이에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전원에서 편하게 지내니 들에는 뽕과 삼이 있고 울짱에는 닭과 돼지 있도다 이에 배불리 먹고 노래하며 자식을 먹이고 손자와 장난치니 어찌 공의 덕이라 하랴 어지신 성군 덕이로다 灣塞遙遙 만새요요 國之西門 국지서문 民困于貨 민곤우화 如墊如焚 여점여분 公火其籍 공화기적 以財易人 이재역인 脫我禍穽 탈아화정 弘我利源 홍아리원 昔阽溝壑 석점구학 今安田園 금안전원 野有桑麻 야유상마 柵有鷄豚 책유계돈 載飽載歌 재포재가 哺子弄孫 포자롱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