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374

솔아, 남산 위의 저 푸르른 솔아

솔아, 남산 위의 저 푸르른 솔아 멀리 푸르른 남산 솔숲 눈에 들어오는데 우배 잠두 봉우리에 짙은 그늘 덮였어라 어찌하면 저 푸른 기운 청정하게 키우며 천년토록 베여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蒼蒼入目遠松林 창창입목원송림 牛背蠶頭萬蓋陰 우배잠두만개음 安得長靑滋覇氣 안득장청자패기 千年不受斧斤侵 천년불수부근침 - 김창흡 (金昌翕, 1653~1722), 『삼연집(三淵集)』 권5 「반계십육경(盤溪十六景)」중 「목멱송림(木覓松林)」 이 시는 삼연 김창흡이 멀리 서울 남산의 봉우리들을 바라보면서 아름답고 푸르른 솔숲이 훼손되는 일 없이 오래오래 지켜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쓴 시이다. 시의 내용과 메시지는 간략한 듯 보이지만, 그 행간에는 소나무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소나무와 함께해 온 우리네 풍..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은혜와 원한은 흔히 한 마디 말 때문에 생기고, 화와 복은 한 글자로 야기 된다. 명철한 선비라면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恩怨多由片言 禍福或起隻字 明哲之士 所宜慥慥乎銘念也 은원다유편언 화복혹기척자 명철지사 소의조조호명념야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시문집 제12권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It's me 나예요 다를 거 없이 / 요즘엔 뭔가요 내 가십 / 탐색하는 불빛 / 오늘은 몇 점인가요? /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 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 / 걱정이야 쟤도 참” 2018년에 온 국민이 아는 유명 가수가 직접 작..

편집은 떡, 죽, 엿을 만드는 요리와 같다

편집은 떡, 죽, 엿을 만드는 요리와 같다 또한 모두 맛이 있다 亦皆有味 역개유미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제12권 「나씨가례집어서(羅氏家禮輯語序)」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오랜 유배 생활 속에서 독서와 저술에 힘을 기울여 자신의 학문 체계를 완성했다. 「나씨가례집어서(羅氏家禮輯語序)」는 다산 초당으로 정약용을 찾아온 나경의 『가례집어』에 써준 머리말이다. 정약용은 ‘나씨가례집어서’에서 책을 만드는 것은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비슷한 책이 있다고 해서 10년 동안 정성을 쏟은 책을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콩과 조는 하늘이 내린 맛좋은 곡식이다. 그것을 쪄서 술을 만들어도 맛이 있고..

평구리 음사사건과 가짜뉴스

평구리 음사사건과 가짜뉴스 근래 평구(平丘)에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낸 일로 구설(口舌)이 분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야 탐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저 ‘공자께서는 괴(怪)ㆍ력(力)ㆍ난(亂)ㆍ신(神)을 말하지 않았다.’라는 『논어』의 한 구절만 상기하면 됩니다. 말해서도 안 되거늘 더구나 몸소 강신주를 따르고 절을 하겠습니까. 귀신이 자칭하는 성명이 『고려사 열전』에 보이지 않고, 벼슬이름이 직관지(職官志)에 없으며 사적이 야사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 부러진 비석이나 깨어진 묘지명 조각도 본 지역에서 나온 것이 없으니, 관직을 거론하거나 성씨를 쓴다는 것이 또한 매우 허황한 일입니다. (중략) 이미 단(壇)을 쌓고 제사를 지냈다면 가만히 숨죽이고 있어야 마땅하거늘 줄곧 끊임없이 ..

나 같은 사람도 괜찮겠지

나 같은 사람도 괜찮겠지 땅은 곤륜산에서 형세가 일어났고 물은 성수해에서 신령하게 통했으리 누가 천만 리 황무지를 개척하여 세상에 나 같은 일개 서생을 용납했나 地自崑崙山起勢지자곤륜산기세 水應星宿海通靈수응성수해통령 誰拓幽荒千萬里수척유황천만리 世間容我一書生세간용아일서생 - 정란 (鄭瀾, 1725~1791), 『창해시안(滄海詩眼)』 중에서 정란은 산에 미친 사람이었다.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태백산, 소백산, 이밖에 전국의 명산을 두루 등반했다. 백두산은 정상까지 올랐고, 금강산은 네 차례나 올랐다. 정란의 생애는 안대회 교수의 『벽광나치오』(휴머니스트, 2011)에 자세하다. 정란은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여행을 자랑하며 글과 그림을 받았다. 채제공(蔡濟恭), 이용..

바름을 해치는 자

바름을 해치는 자 바름을 해치는 자는 반드시 다른 이를 사악(邪惡)한 자로 몰고 자신은 바르다고 자처하며, 나아가 동류를 불러 모아서 숨을 모아 산을 날리고 모기 소리를 모아 우레 소리를 낸다. 害正之人, 必驅人於邪, 自處以正, 至於招朋萃類, 衆呴飄山, 聚蟁成雷. 해정지인, 필구인어사, 자처이정, 지어초붕췌류, 중구표산, 취문성뢰. -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인정(人政)』권2 「측인문(測人門)2」 이 글은 조선 말기의 문인인 혜강(惠岡) 최한기의 『인정』 「측인문」에 실린 문장이다. 『인정』은 일종의 정치 에세이로, 정치에 있어서 사람을 감별하고 선발하는 원칙을 제시한 책이다. 당대의 위정자(爲政者)를 염두에 두고 기술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과 인간 사회의 본질에 관한 통찰..

고전 최고의 모험 서사, 열하일기

고전 최고의 모험 서사, 열하일기 내가 한양을 떠난 지 여드레 만에 황주에 이르렀다. 이에 말 위에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학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남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 들어가게 되니, 만약 중국의 큰 학자를 만난다면 무엇으로 질문하여 애먹여 볼까 하였다. 마침내 예전에 들은 것 중에 지전설과 달 세계 등의 이야기를 찾아내 매일 말고삐를 잡고 안장에 앉아 졸면서 생각을 이리저리 풀어내니 거듭 쌓인 것이 수십만 마디의 말이었다. 마음속의 쓰지 못한 글자와 허공의 소리 없는 글들이 날마다 몇 권의 책이 되었다. 비록 말은 근거가 없어도 이치는 붙어 있었다. 그러나 말타기에 피로가 누적되어 붓으로 옮겨 적을 겨를이 없었다. 근사한 생각은 하룻밤 자고 나면 싹 바뀌고 말았지만, 다음날 뜻밖에 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