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374

대비하되, 신중하라.

대비하되, 신중하라. 비유하자면 물건이 눈앞에서 멀어 가면 차츰 작아지고 가까우면 차츰 커지는데, 작으면 살피기 어렵고 크면 보기 쉬운 것과 같이 환난(患難)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比如物之在眼 漸遠則漸小 漸近則漸大 小則難察 大則易見 患難亦同 비여물지재안 점원즉점소 점근즉점대 소즉난찰 대즉이견 환난역동 -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 권26 「경사문(經史門)」 훗날의 어려움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급박한 일이 닥치고 나서야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는 경우가 잦다. 어쩌면 훗날의 어려움을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노력이 정말 미래를 대비할 ..

우리 선비들에게 가장 절실한 공부는 오직 하학(下學)입니다

우리 선비들에게 가장 절실한 공부는 오직 하학(下學)입니다 우리 선비들에게 가장 절실한 공부는 오직 하학下學입니다. … 이는 입으로 말해줄 수 없고 모두 실제로 힘써 공부하여 그 진위를 체험해야 합니다. 吾儒着緊用工, 專在下學. … 此不可以口傳, 都在着實用力, 以驗其眞僞. 오유착긴용공, 전재하학. … 차불가이구전, 도재착실용력, 이험기진위. -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권8 「황이수에게 답하다[答黃耳叟書]」 순암(順菴) 안정복이 72세 되던 해(1783년), 자신에게 간절히 공부의 방법을 묻는 제자 황이수(黃耳叟)에게 보낸 답장에서 한 말이다. 황이수는 황덕길(黃德吉, 1750~1827)이다. 그는 형인 황덕일(黃德壹)과 같이 안정복에게 배웠고, 형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

권귀를 비웃다

권귀를 비웃다 푸른 등라 우거진 곳 밤은 깊었는데 한번 누워 보니 홀가분하여 온갖 생각 사라지네 멀리 산굴에 구름 피어나 다시 달을 가리고 작은 시내에 조수 가득 차 다리가 잠기려 하네 몸에는 벼슬이 없으니 가난해도 오히려 즐겁고 흉중에는 시서(詩書)가 있으니 비천해도 또 교만하다 서글퍼라 새벽이 찾아온 우물에는 벽오동에 서린 가을 기운이 또 쓸쓸하겠지 綠蘿深處夜迢迢 녹라심처야초초 一枕翛然萬慮銷 일침소연만려소 遠岫雲生還掩月 원수운생환엄월 小溪潮滿欲沈橋 소계조만욕침교 身無簪組貧猶樂 신무잠조빈유락 腹有詩書賤亦驕 복유시서천역교 怊悵曉來金井畔 초창효래금정반 碧梧秋氣又蕭蕭 벽오추기우소소 - 성여학(成汝學, 1557~?), 『학천집(鶴泉集)』 2권, 「권귀(權貴)를 비웃다 - 당시 이이첨이 공의 시를 보고자 하였는..

1월의 유래

1월의 유래 영어로 1월을 뜻하는 'January'는 로마 신화에서 집이나 문을 지키는 수호신인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됐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이 시작을 나타낸다고 생각했기에 문을 수호하는 야누스를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야누스는 앞뒤 양쪽에 얼굴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야누스가 지키는 문이 처음일 수도, 끝일 수도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 해의 시작이자 한 해의 끝이 되는 1월의 의미를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새해가 되면 신년 계획을 세우며 소망으로 채워나가지만, 반면 어떤 사람들은 전진보다는 과거의 잘못과 후회만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거는 엎지른 물과 같아서 ..

개발과 보전의 균형

개발과 보전의 균형 잡는 데는 적절한 도구가 있고, 먹는 데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取之有其具 食之有其時 취지유기구 식지유기시 - 이색(李穡, 1328〜1396), 『목은집(牧隱集)』2권 「어은기(漁隱記)」 이색의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아들로, 1653년 예부시(禮部試)에 장원하였다. 그해 가을 진봉사(進奉使) 서장관(書狀官) 자격으로 원(元)에 갔다가 이듬해 원의 과거에도 합격하였다.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조선 초기 많은 관리들이 그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어은기」는 염흥방(廉興邦)이 천녕(川寧)에 거주할 때 어은(漁隱)이라 자호(自號)하고 이색에게 요청하여 받은 글이다. 글의 서두에는 상고시대의 두 가지 이야기가 나..

외국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시장 구경

외국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시장 구경 현판마다 꼭꼭 “정가로 판매합니다.”, “물건 좋고 값은 쌉니다.”, “단골고객을 속이지 않습니다.”, “어린애도 영감도 속을 일 없습니다.”라는 따위 말을 써서 전포 밖에 세워놓았다. 현판을 세우지 못한 집은 하다못해 판자 위에라도 써서 처마 끝에 매달았다가 밤이면 거두어들인다. 또 널판지 위에 파는 물건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 전포 앞에 걸어둔 곳도 있다. 대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편한 것은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그리기에 불편한 것은 글자로 쓴 것이다. 담뱃대, 부채, 가죽장화 등속은 별도로 엄청 큰 모조품을 만들어 건물 밖에 걸어두었다. 행상들이 지나가자 나귀가 대열을 이루고 수레바퀴가 서로 부딪혀 온 길에 가득하고 들녘을 가릴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