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374

가뭄과 형옥 (形獄)

가뭄과 형옥(形獄) 주상이 석강(夕講)에 나아갔다. 현석규(玄碩圭)가 아뢰기를, "지금 날이 가물었으니 기우제를 지내소서." 하니, 주상이 이르기를, "좋다. 형옥(刑獄) 또한 오래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였다. 御夕講。 玄碩圭啓曰: "今天旱, 請祈雨。" 上曰: "可。 刑獄亦不可久滯。“ - 『성종실록(成宗實錄)』 성종 8년 3월 25일 3번째 기사 봄 농사가 한창인 시기 봄가물이 들었다. 석강 자리에서 도승지 현석규가 기우제 지낼 것을 요청했다. 성종은 그 요청을 수락했다. 그러고는 바로 이어 형옥 또한 지체하면 안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에서의 형옥은 형사 사건을 의미하는 말로, 형옥을 지체하면 안 된다는 말은 곧 형사 사건에 대한 심리와 처결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

보다 공평한 사회를 꿈꾸며

보다 공평한 사회를 꿈꾸며 내가 평생 한스럽게 여기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나만 홀로 아는 것이니, 그것은 뜻을 구함이 높지 않고 재주를 쓰는 것이 넓지 못했던 것이다. 余平生有所恨, 人所不知而己獨知之者, 盖以其求志不高, 用才不廣爾. 여평생유소한, 인소부지이기독지지자, 개이기구지불고, 용재불광이. - 홍세태(洪世泰, 1653∼1725), 『유하집(柳下集)』10권, 「자경문(自警文)」 홍세태는 1682년 통신사 부사 이언강(李彦綱)의 자제군관으로 일본에 가서 자신의 문재(文才)를 펼치고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청나라 사신이 조선의 시를 요구했을 때 조정에서 홍세태를 시켜 시를 지어 주게 했을 정도였다. 홍세태는 원래 노비였는데, 그의 재주를 아꼈던 김석주(金錫胄)와 이항(李杭)이 200냥을 내어 속량..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새벽하늘 구름이 사방 얼어 있으니 남은 추위 아직 다 못 보낸 것이고 농민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지난밤 고기를 많이 잡는 꿈 꾸었다는데 주린 처지에 배부른 꿈을 꾸었다니 그게 귀신에게 조롱당한 것 아니겠나 지난해는 다행히도 조금 넉넉했었기에 마을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으니 여기에 다시 더 욕심을 낸다면 세상일 뜻과 달리 어긋남이 많을 것이니 기댈 것은 나라가 새로워져 예로써 인재를 모으는 것 수많은 눈이 대궐을 바라보고 여러 사람이 동량을 떠받치니 이제 산동의 조서가 진심으로 백성 고통 구제함을 보겠지 우리 백성들 이미 하늘 있으니 힘써 밭 갈고 씨 뿌리기만 하면 되고 나도 산속의 삶이 편안하여 꽃에 물 주느라 날마다 단지만 안고 사네 曉天雲四凍 효천운사동 餘寒未盡送 여한미진송 爛聽..

제사를 지내는 시간

제사를 지내는 시간 【문】 ‘궐명(厥明)’과 ‘질명(質明)’……. 【답】 ‘궐명’의 ‘궐(厥)’ 자는 제삿날 전날 재계할 때를 기준으로 삼아서 말한 것이네. 그러므로 ‘궐(厥)’이라고 말한 것이니, 이는 ‘그다음 날[其明日]’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네. ‘질명’의 ‘질(質)’ 자는 ‘정(定)’ 자와 같으니, 이는 틀림없이 다음 날이 됨을 질정(質定)한 것일세. 궐명이 질명보다 조금 빠르니, 궐명은 바로 첫닭이 울 때이고, 질명은 오경(五更)의 파루(罷漏)가 칠 때이네. 옛적에 여동래(呂東萊 여조겸(呂祖謙))의 집안은 오경에 제사를 거행하였다고 하네. 厥明質明云云. 厥明之厥, 從前日齊戒時言之, 故曰厥, 如云其明日也. 質明之質, 猶定也, 蓋質定其必爲明日也. 厥明, 差早於質明, 厥明, 卽..

한 잔 술이 필요한 순간

한 잔 술이 필요한 순간 술 생각 잊기 어려운 순간이 언제인가 남쪽 하늘에 비바람 몰아치는 날이지 잠시뿐이었구나 멀어진 저 꿈은 허무하구나 내 한평생이 울적하여 흉금을 터놓기도 고달프고 침통하여 자주 무릎을 끌어안고 한숨 쉬네 이때 술 한 잔이 없다면 흰머리가 그대로 생겨버릴 것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蠻天風雨辰 만천풍우진 浮休萬里夢 부휴만리몽 寂寞百年身 적막백년신 鬱鬱披襟倦 울울피금권 沈沈抱膝頻 침침포슬빈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華髮坐來新 화발좌신래 - 이행(李荇, 1478~1534), 『용재집(容齋集)』 6권, 「해도록(海島錄)」 이 시의 제목은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로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원조이다. 백거이는 술이 꼭 필요한 인생의 일곱 가지 순간을 포착하여 7수의 시를 지었는데, “술 ..

이방원이 이세민보다 나은 이유

이방원이 이세민보다 나은 이유 그 번영이 빨랐기에 쇠퇴가 빨랐으며 그 발전이 빨랐기에 퇴보가 쉬웠으니, 이는 사물의 이치가 그렇기 때문이다. 其盛也驟, 故其衰也疾; 其進也速, 故其退也易, 盖物理然也. 기성야취, 고기쇠야질; 기진야속, 고기퇴야이, 개물리연야. - 이천보(李天輔, 1698~1761), 『진암집(晉菴集)』 권7 「태종론(太宗論)」 이 말은 이천보가 당 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을 두고 한 논평의 일부로, 지은 시기는 미상이다. 독자의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설명을 해두면, 이 「태종론」에 조선의 태종인 이방원(李芳遠)을 논한 내용은 전혀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세민은 아버지 고조(高祖)를 도와 수(隋)나라 말의 군웅(群雄)들을 제압하고 즉위 후 당나라의 번영을 이루어냈다. 이천보는..

숲멍하는 시간

숲멍하는 시간 내가 남쪽 교외에서 한가로이 지낼 때에 맑고 화창한 날을 만날 때면 언제나 술 한 병 가지고 높은 산에 올라가 바위에 걸터앉아 눈길을 먼 곳으로 흘려보내곤 하였다. 구름 안개는 퍼졌다 걷혔다 하고 숲 속 나무는 흔들렸다 고요해지며 날짐승 들짐승들은 날아가거나 달려가며 울고 부르짖고, 물고기와 자라는 뜨고 잠기며 흩어졌다 모였다하는 백가지 천 가지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내가 앉은 자리 사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구별해 보면 구름 안개와 숲 속 나무, 새와 짐승의 즐거움은 산에 속하고 물고기와 자라의 즐거움은 물에 속하지만, 합하여 하나로 보면 산에서 구름 안개와 숲 속 나무, 새와 짐승이 능히 퍼졌다 걷혔다 흔들렸다 고요해졌다 날아가다 달려가다 울다 부르짖고, 물속에서 물고기와 자라가 능히 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