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374

가을비 그 소소함에 대하여

가을비 그 소소함에 대하여 가을비가 소소히 내리며 서늘함을 보내오니 작은 창 아래 단정히 앉아 있는 그 맛이 깊고 깊도다 벼슬살이 시름 나그네 근심 모두 잊어버리고서 향불 한 심지 피워 놓고 햇차 한 잔 마신다네 秋雨蕭蕭送薄涼 추우소소송박량 小窓危坐味深長 소창위좌미심장 宦情羈思都忘了 환정기사도망료 一椀新茶一炷香 일완신다일주향 - 이색(李穡, 1328~1396), 『목은고(牧隱藁)』 2권 「추일서회(秋日書懷)」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가을이 좋은 이유는 우선 선선한 날씨 때문이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그간 더위에 찌들었던 기분이 상쾌해진다. 또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이 좋다. 청명한 날씨의 가을 하늘 아래 단풍의 색채가 대비되는 풍광은 정말로 아름답다. 또 하나 가을의 매력을 꼽자면..

'나다움'으로 살아가기

'나다움'으로 살아가기 나는, 밖으로는 지금 시대와 소통하면서도 안으로는 옛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余欲外今而內古 여욕외금이내고 - 김일손(金馹孫 1464~1498), 『탁영집(濯纓集)』 권1 「서오현배(書五絃背)」 거문고는 선비의 악기다. 그 울림을 통해 사람의 성정(性情)을 다스릴 수 있다고 믿었기에 거문고를 늘 가까이에 두었다. 이는 공자의 예악관(禮樂觀)에서 연유한다. ‘예’가 인간 사회의 바른 질서를 의미한다면, ‘악’은 인간 사회의 조화를 일컫는다. 공자의 유가 세계는 이 ‘예악’으로 대표되는 질서와 조화로 운영된다. 조선 또한 이러한 예악 정신이 가득 찬 이상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따라서 조선 선비에게 거문고는 개인의 성정을 다스리고 도(道)를 싣는 대상이었다. 게다가 성군(聖君)..

돌담길을 걸으며 누군가가 보낸 메세지를 받았다

돌담길을 걸으며 누군가가 보낸 메세지를 받았다 낙엽이 지는 가을,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의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이문세 광화문 연가 中- 쓸쓸함이 돋보이는 이문세의 곡 ‘광화문 연가’에서도 덕수궁 돌담길이 나오지요. 지는 낙엽의 모습, 바스락 밟히는 소리가 주는 쓸쓸함은 덤덤히 이별하는 연인들의모습과 닮은 듯 합니다. 다소 바랜 감정이기는 해도, 때때로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인간다움, 살아있음의 상징이기도 한데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덕수궁으로 가서 광화문 연가를 떠올려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덕수궁 나들이도 즐기고..

문구점에 들러 원고지를 사며

문구점에 들러 원고지를 사며 문장으로 전해지는 것이 사람됨으로 전해지는 것만 못하다. 傳之以文 不若傳之以人 전지이문 불약전지이인 - 한장석(韓章錫, 1832~1894), 『미산집(眉山集)』 「미산선생문집(眉山先生文集)」 권10 〈분고지(焚稿識)〉 가을이다. 글을 쓰고 싶다. 계절이 가을이어서만이 아니라 인생도 가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리라. 젊음은 정들다 말고 떠나간 연인처럼 가버렸다.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떠나보낸 마음이다. 황망히 가버린 젊음의 뒷모습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는 꽤 오래된 듯하다. 한때 사람들은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했다. 글 쓰는 재능은 특별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모두가 재능은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글쓰기를 알려주려는 ..

국밥예찬

국밥예찬 밥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반찬을 두어 맛을 돋운다. 성인은 고기가 많더라도 밥 기운을 이기지 않도록 하였으니, 식사는 밥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사치를 부리는 집에서는 날마다 만 전을 쓰고도 오히려 물려하면서 수저를 대지 않으니 또한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무릇 음식을 먹는 이유는 먹지 않으면 반드시 죽기 때문이니, 만일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성인도 아마 먹지 않았으리라. 그리하여 밥은 먹지 않을 수 없으니 고기와 채소로 맛을 돋우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소함을 숭상하는 집에서는 많은 반찬이 있더라도 달가워하지 않는데 빈한한 집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국조의 우의정 안현(安玹)은 남루한 의복과 조악한 음식으로 평생을 지냈다. 밥을 먹을 때 콩잎국뿐이었는데, 맛도 보지 ..

지문 모양에 따라 성격도 다르다 ?

지문 모양에 따라 성격도 다르다 ? 자녀의 지문으로 적성을 파악해 진로를 추천해준다는 지문 적성검사, 들어보셨나요? 이런 적성검사는 오래전 처음 생겨났습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지문으로 적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지문 적성검사를 만든 업체들은 태아의 뇌 발달 시기에 지문이 형성되기 때문에 유전적 특성을 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문으로 보는 나의 성격, 정말 믿을만한 정보인지 한번 확인해보실까요? ◆장점 안정감이 높고 학식이 풍부하며 깊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예의가 바르고 독립심이 강합니다. ◆단점 돌발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창조력과 열정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추천직업 회계, 세무, 전문기술직 ◆장점 감수성이 풍..

귀먹고 눈멀고 마음 고요한 이의집

귀먹고 눈멀고 마음 고요한 이의집 이른바 귀머거리는 스스로 들을 수 없어 사람들과 듣는 것을 가지고 다툴 일이 없고 장님은 스스로 볼 수 없어 사람들과 보는 것을 가지고 다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쓸모없다〔無用〕고 하지요. 그러나 노인께서 귀머거리도 아니고 장님도 아닌 것을 사람들이 아는 바인데 귀먹지 않은 것을 귀먹었다고 하고 눈멀지 않은 것을 눈멀었다고 하여 쓸모없음을 구하려 한다면 사람들이 믿겠습니까. 노인께서는 어찌 그 마음과 함께 귀머거리가 되고 장님이 되지 않는 것입니까. 노인께서 집에 계실 때에 눈과 귀를 기쁘게 해주는 사물이 있는데 노인께서 이를 막으면서 기쁘지 않다 여기신다면 이는 저 기뻐할 만한 것이 벌써 마음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대저 사물이 마음에 있다면 이목을 ..

사랑하는 우리 딸 보려무나

사랑하는 우리 딸 보려무나 변방이라 쌀쌀한 날씨에 제철 과일 늦어 칠월에야 앵두가 막 붉어지네 수박은 무산 인근에서나 난다는데 올해는 장마로 모두 물러버렸다지 고을 사람 두 주먹 맞붙이고는 큰 건 더러 이만하다고 자랑하기에 늘 술 단지 만한 수박만 보다가 이 말 듣고는 씹던 밥알 내뿜었네 평생 수박씨 즐겨 까먹었으니 양조처럼 즐겨 먹은 일 절로 우습구나 수박은 구경조차 힘드니 씨는 말해 무엇하랴 여름 내내 공연히 이빨이 근질근질했네 아들이 서울에서 올 때 한 봉지를 가져와 어린 누이가 멀리서 부지런히 마련했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까먹고 껍질 뱉으며 홍색 백색으로 널려진 모습 보았네 고이 싸서 보낼 때 네 모습 떠올려보니 알고말고, 아비 그리워 줄줄 눈물 흘린 줄 소반마다 거둬 모으느라 손발이 바빴고 아침마..

내년에도 예년처럼 ?

내년에도 예년처럼 ? 해마다 추위와 더위 반복되니, 내년에도 지난해와 같겠지. 亦知寒暑年年有, 來歲猶應去歲同. 역지한서연연유, 내세유응거세동. - 김팔원(金八元, 1524〜1569), 『지산집(芝山集)』 1권, 「추선(秋扇)」 김팔원의 자는 순거(舜擧), 호는 지산(芝山)이다. 32세 때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하고, 문과(文科)에도 합격하였다. 성균관 박사와 전적(典籍), 예조 좌랑, 용궁현감(龍宮縣監) 등을 지냈다. ‘추선(秋扇)’. 가을 부채다. 봄 부채, 여름 부채가 따로 있으랴. 여름에는 늘 가까이하다가 선선한 바람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지는 부채. 바로 가을 부채다. 총애를 받던 신하나 사랑받던 여인이 임금과 낭군에게 잊히는 신세일 때 종종 비유된다. 어느덧, 그야말로 어느덧 9월이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