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373

나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합니다

나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합니다 1886년 7월 4일 23세의 청년이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는 조선의 청년들에게 서양 문화와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조선 정부의 요청을 받고 제물포를 통해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조선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헐버트 박사는 교육자, 역사학자, 한글학자, 언론인, 선교사, 독립운동가로서 한국 문명화와 한국의 국권 수호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헐버트 박사는 근대식 학교의 틀을 잡으면서 학생들에게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배움뿐이다'라고 강조하며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선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선비와 백성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순 한글로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

잠 못 드는 그대에게

잠 못 드는 그대에게 오십 년을 살 사람은 백 년 살 걱정을 하고, 백 년 살 사람은 천 년 살 걱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오래 사는 것은 또 즐거운 것이 아니다. 五十之人, 有百歲之憂, 百之人, 有千歲之憂矣. 此長生又不足樂也. 오십지인, 유백세지우, 백지인, 유천세지우의. 차장생우불족락야. - 이만용(李晩用, 1792∼1863), 『동번집(東樊集)』권4, 「매변(寐辨)」 동번 이만용은 부친 박옹(泊翁) 이명오(李明五), 조부 우념(雨念) 이봉환(李鳳煥)과 함께 시문으로 명성이 높았다. 당시 예원(藝苑)의 거장(鉅匠)이 이들이 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신발을 거꾸로 신고 나가 맞이했을 정도였다. (정원용, 『經山集』권12,「泊翁集序」) 이봉환과 이명오는 문재를 인정받아 1748년과 1811년에 서기와 제술관..

가을을 기다리며

가을을 기다리며 정신없이 농가의 일 수고롭다가 가을 들어 잠시 잠깐 틈 얻고 보니 단풍 물든 언덕에는 기러기 날고 비 맞은 국화 둘레 귀뚜리 울며 목동은 피리 불며 안개 속 가고 나무꾼은 노래하며 달빛 속 오네 일찍 주워 모으기를 사양 말게나 산 배 산 밤 텅 빈 산에 널렸을 테니 搰搰田家苦골골전가고 秋來得暫閑추래득잠한 雁霜楓葉塢안상풍엽오 蛩雨菊花灣공우국화만 牧笛穿煙去목적천연거 樵歌帶月還초가대월한 莫辭收拾早막사수습조 梨栗滿空山이율만공산 - 김극기(金克己, 1150(추정)~1209), 『동문선(東文選)』 제9권, 「오언율시(五言律詩)」. 참 징그럽게도 덥다. 지금쯤이면 한 풀 기세가 꺾일 만도 한데 아직도 한낮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8월 8일이 입추(立秋)였고, 8월 10일이 말복(末伏)이었으니 그만 ..

마음의 병을 치료하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정한 국보 제319호로 구암 허준 선생이 완성한 조선 시대의 의학서인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 '목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09년 7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의 유산 중의 하나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병의 치료 이전에 마음의 다스림을 원칙으로 할 것. 둘째, 꼭 필요한 이론과 처방을 정리해 간단히 할 것. 셋째, 조선 땅에서 나는 약초를 사용하고, 한글로 정리해 많은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 실제로 637종의 약재는 한자명과 한글명을 함께 기록하여 백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의 활용도를 높이고, 병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

고토리의 별

고토리의 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낙동강까지 밀려났던 국군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연합군과 함께 반격에 성공하여 평양 너머까지 진격합니다. 그러나 중공군이 개입하며 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11월 27일, 함경남도 장진군 유담리에 진격한 미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에게 공격받으면서 '장진호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추운 전쟁터. 전사자보다 동사자가 더 많은 전투라고 불리는 장진호 전투의 과정은 그야말로 끔찍했습니다. 최저 영하 45°의 지옥 같은 한파와 눈보라. 그리고 수류탄을 들고 인해전술로 달려드는 중공군. 결국 10배에 달하는 적 병력에 포위되어 공격과 돌파, 후퇴를 반복하던 미 해병대는 장진군 고토리에 집결하여 퇴각을 준비했습니다. 12월 7일 밤, 미 해병..

그 날이 오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를 감겠소

그 날이 오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 광복을 기념하는 의식의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는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분노할 때나 소리 내어 부르고 읽고 외치는 민족이었습니다. 올해로 78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은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로 1949년 10월 1일 제정된 국경일로 매년 8월 15일 광복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에서 빼앗긴 주권을 다시 되찾았을 때, 우리는 식민통치 당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그것을 끝까지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정당한 저항정신과 열망으로 이루어낸 우리의 자유이자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해 누군가는 노랫말을 짓고 곡을 지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지출처 :..

팔촌 형님 ? 오촌 아저씨 ?

팔촌 형님 ? 오촌 아저씨 ? 내가 여쭙기를, “이 척질(戚姪)이 춘천(春川) 형 –박성원(朴盛源) 씨- 과는 동성(同姓) 팔촌 형제간이 되면서 동시에 오촌 척숙(戚叔)과 척질 간이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성(異姓) 오촌 간은 무복(無服)이고 동성 팔촌 간은 유복(有服)이니, 제 생각으로는 유복을 기준으로 삼아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선생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동성이 매우 중요하니, 아무리 백대(百代)가 지나더라도 혼인하지 않는 법일세. 게다가 부자간이 되는 이치가 있으니, 그렇다면 아무리 양쪽으로 친척 ..

나라를 살리는 한가지 일

나라를 살리는 한가지 일 그렇지만 오히려 한 가지 일 덕분에 죽지 않고 지낼 수 있으니 雖然 尙賴一事 得以連命賒死 수연 상뇌일사 득이연명사사 - 송익필(宋翼弼, 1534년∼1599년) 『구봉집』 제5권 현승편 하(玄繩編下)「호원에게 답하는 편지〔答浩原書〕」 위 명구는 우계 성혼(자는 호원)이 구봉 송익필에게 쓴 편지에 나온 문장이다. 우계 성혼은 구봉 외에도 율곡 이이와 도의지교(道義之交)를 나눈 관료이자 학자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가 담긴 「호원에게 답하는 편지〔答浩原書〕」속 우계가 보내온 편지를 읽다 보면 선비 특유의 도덕률보다 몸과 마음에 쌓인 애달픔과 그 안을 지탱하는 화자 나름의 소소한 자기 위안이 방어막 없이 펼쳐져 마음이 쏠린다. 당대에 이름을 날린 선조들이 쓴 문집..

과시욕

과시욕 네가 돈에 목마른 놈이 되었다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매우 언짢다. 농사지을 소를 팔러 보냈다. 너의 작은 성취 덕에 내가 벌써 농사를 쉬게 되었으니, 이것도 어버이를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구나. 너는 『지봉유설』에 나오는 홍패(紅牌)를 가지고 진제장(賑濟場)에 가 밥을 빌어먹었다는 자를 보지 못했느냐. 내가 보기에는 백성들의 일이 저 때보다 훨씬 급박한데도 너는 혼자 편안히 여기고 즐거워하여 나를 미치게 만드는구나. 聞汝作渴錢漢, 心甚不寧. 農牛賣送. 汝小成之效, 已使我釋耕, 亦可謂榮親矣. 汝不見芝峯類說, 負紅牌就乞糧廳得食者乎? 以吾所見民事之急, 急於彼時萬萬, 而人自恬嬉, 令人發狂也. - 이항로(李恒老, 1792~1868), 『화서집(華西集)』 卷13 「준에게..

무더위를 대하는 자세

무더위를 대하는 자세 해마다 사람들은 “전에 없던 더위다”라고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본래 보통 사람들 마음이야 지난 일을 잊곤 하니 공평한 하늘이 어찌 올해만 심하게 했겠나 온몸에 종일토록 땀 국물이 흐르니 부채질만한 것 없어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여름 들녘 인부들이야말로 고생일 터이니 초가집 좁더라도 근심겨워 말아야지 年年人道熱無前 년년인도열무전 卽事斟量也似然 즉사짐량야사연 自是凡情忘過去 자시범정망과거 天心均一豈容偏 천심균일기용편 渾身竟日汗漿流 혼신경일한장류 揮扇功高不暫休 휘선공고부잠휴 想到夏畦人正病 상도하휴인정병 茅廬雖窄亦寬愁 모려수착역관수 -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전집(星湖全集)』 2권 「고통스러운 더위 2수[苦熱二首]」 옛사람들은 더위의 고통을 주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