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이기는 건 실로 쉽지 않다. 아니 아주 어렵다. 부처는 전장(戰場)에서 수많은 적을 혼자 싸워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더 용감한 일이라고 했고, 노자(老子)도 남을 이기는 자는 힘 있는 자이나 자기를 이기는 자는 승부를 뛰어 넘는 강한 자라고 했다. 뉘라서 이런 용맹하고 강한 자가 쉽게 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기와의 싸움은 온전히 자기에게 달려 있다. 그 싸움에서 여차여차해서 이기는 것도 자기이고 여차여차해서 지는 것도 자기이다. 자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고려할 것 없이 내 몫만 하면 된다. 그래서 쉽다.
그런데 자기를 이기려면 자기와의 싸움을 전제해야 하고, 자기와 싸우려면 본래의 자기와 또 다른 자기를 전제해야 한다. 이 싸움은 자기가 본래의 자기를 부정하는 치열한 싸움이며 본래의 한계와 구속을 깨고 새로운 상향(上向)의 존재로 변모해 가는 숭고한 싸움이다. 그래서 사마광(司馬光)은 자기를 이기는 것은 ‘자기의 사사로움을 이기고 도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히 자기와의 싸움에 직면하여 이 싸움에서 때론 이기고 때론 지기도 한다. 그런데 싸움에서 여러 번 지다 보면 패배의 고통스런 후회와 반복되는 반성을 피하기 위해 아예 싸우지 않는 교묘함을 배운다. 거기다 그런 싸움은 젊은 때나 하는 것이라느니 세상살이는 그렇지 않다느니 하면서 섣부른 지혜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글쓴이는 이 싸움을 부추긴다. 이 싸움은 자기 몫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기기가 쉽다고, 이런 쉬운 싸움을 굳이 피할 것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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