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지가 있고 난 뒤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고 난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고 난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고 난 뒤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고 난 뒤에 예의를 베풀 곳이 있다.”고 하였네. 자사(子思)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의 도는 부부에게서 시작되니, 지극함에 이르면 천지에 밝게 드러난다.”고 하고, 또 “《시경》에 ‘처자 간에 잘 화합함이 금슬(琴瑟)을 연주하는 듯하다’고 하였는데, 이를 두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되면 부모가 편안하실 것이다’고 하셨다.” 하였네. 부부의 도리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니, 마음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하고 박절하게 대해서야 되겠는가. 《대학(大學)》에 “그 근본이 어지러우면서 지엽이 다스려지는 자는 없으며, 후하게 할 데에 박하게 하면서 박하게 할 데에 후하게 하는 경우는 있지 않다.”고 하였는데, 맹자께서 이 말을 부연하시기를, “후하게 할 데에 박하게 한다면 박하게 하지 않을 데가 없을 것이다.”고 하였네. 아! 사람됨이 박하고서야 어떻게 부모를 섬길 수 있겠으며, 어떻게 형제․친척․이웃과 잘 지낼 수 있겠으며, 어떻게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부릴 수 있겠는가. 공(公)이 금슬이 안 좋다고 내 들었는데, 무슨 이유로 그런 불행이 생긴 것인가? 세상을 보면,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아내의 성품이 나빠 고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아내의 얼굴이 못생기고 우둔한 경우도 있고, 남편이 방종하여 행실이 좋지 못한 경우도 있고, 남편의 호오(好惡)가 괴상한 경우도 있네. 경우들이 많아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네. 그러나 대의로 말한다면 그 중 아내의 성품이 나빠 교화하기 어려워 스스로 소박을 당할만한 죄를 지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편이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고 애써 아내를 잘 대해주어 부부의 도리를 잃지 않으면 되네. 그렇게 하면 부부의 큰 인륜이 무너지는 데 이르지 않을 것이고, 자신은 ‘박하게 하지 않을 데가 없는’ 지경에 빠지지 않을 것이네. ‘성품이 나빠 고치기 어렵다’는 것도 몹시 패역(悖逆)하여 인륜의 도리를 어지럽힌 경우가 아니라면 역시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 갑자기 인연을 끊어버리지 않는 게 좋네. 옛날에는 아내를 버려도 아내가 다른 데 시집갈 수 있었기 때문에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저지르면 아내를 바꿀 수 있었네. 그러나 오늘날의 아내는 거개가 한 지아비만 끝까지 따르니, 어찌 정의(情義)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남처럼 대하거나 원수처럼 대하여, 한 몸처럼 살아야 할 사이가 서로 반목하게 되고 한 이부자리에 기거하면서 천리나 떨어진 것처럼 되어, 가도(家道)가 시작될 곳이 없고 만복(萬福)이 길어질 뿌리가 없게 해서야 되겠는가? 《대학》에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 뒤에 남의 잘못을 지적한다.”고 하였으니, 이 부부간의 문제에 대해 내가 예전에 겪은 것을 말해주겠네. 나는 두 번 장가들었는데 하나같이 아주 불행한 경우를 만났네. 그렇지만 이러한 처지에서도 감히 박절한 마음을 내지 않고 애써 아내를 잘 대해준 것이 거의 수십 년이었네. 그 동안에 마음이 몹시 괴로워 번민을 견디기 어려운 적도 있었네. 그렇지만 어찌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서 부부의 큰 인륜을 무시하여 홀어머니께 걱정을 끼칠 수 있었겠는가. 후한(後漢) 때 질운(郅惲)이 “부부간의 정은 아비도 아들에게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은 참으로 인륜의 도리를 어지럽히는 간사한 말이니, 이런 말을 핑계 삼고 공에게 충고하지 않을 수는 없네. 공은 반복해 깊이 생각하여 잘못을 고쳐야 할 걸세. 이런 잘못을 끝내 고치지 않는다면, 학문은 어떻게 하겠으며, 행실은 어떻게 하겠는가.
[孔子曰: “有天地然後有萬物, 有萬物然後有夫婦, 有夫婦然後有父子, 有父子然後有君臣, 有君臣然後禮義有所錯.” 子思曰: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 又曰: “《詩》云: ‘妻子好合, 如鼓瑟琴云云.’ 子曰: ‘父母其順矣乎!’” 夫婦之倫, 其重如此; 其可以情好之未恊, 疎而薄之乎? 《大學》曰: “其本亂而末治者否矣; 其所厚者薄, 而其所薄者厚, 未之有也.” 孟子申其說, 亦曰: “於所厚者薄, 無所不薄也.” 噫! 爲人旣薄, 何以事父母, 何以處兄弟宗族州里, 何以爲事君使衆之本乎? 似聞公有琴瑟不調之歎, 不知因何而有此不幸? 竊觀世上, 有此患者不少. 有其婦性惡難化者, 有嫫醜不慧者, 有其夫狂縱無行者, 有好惡乖常者, 其變多端, 不可勝擧. 然以大義言之, 其中除性惡難化者實自取見疎之罪外, 其餘皆在夫反躬自厚, 黽勉善處, 以不失夫婦之道, 則大倫不至於斁毁, 而身不陷於無所不薄之地. 其所謂性惡難化者, 若非大段悖逆得罪名敎者, 亦當隨宜處之, 不使遽至於離絶, 可也. 蓋古之去婦, 猶有他適之路, 故七去可以易處; 今之婦人, 率皆從一而終; 何可以情義不適之故, 而或待若路人, 或視如讎仇, 牉體歸於反目, 衽席隔於千里, 使家道無造端之處, 萬福絶毓慶之原乎? 《大學》傳曰: “無諸己而后, 非諸人.” 此事請以滉所嘗經者告之. 滉曾再娶, 而一値不幸之甚. 然而於此處, 心不敢自薄, 黽勉善處者, 殆數十年. 其間, 極有心煩慮亂不堪撓憫者, 然豈可循情而慢大倫以貽偏親之憂乎? 郅惲所謂父不能得之於子者, 眞是亂道邪諂之言; 不可諉此而不忠告於公. 公宜反覆深思, 而有所懲改焉. 於此終無改圖, 何以爲學問, 何可爲踐履耶? ]
- 이황(李滉, 1501~1570)〈이평숙에게 보냄(與李平叔)〉《퇴계집(退溪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