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휴가 풍천 부사로 떠나는 홍성(洪晟, 1702∼1778)을 전송하며 써준 시로 전체 5수 가운데 첫 수입니다. 『승정원일기』 영조 42년(1766) 6월 30일 기사에 홍성이 풍천 부사로 떠나며 하직(下直)하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는 이 즈음에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관은 왕을 대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중대한 일을 맡은 사람이기 때문에 왕은 이들이 부임하기 전에 만나서 수령으로서 해야 할 바를 묻고 선정(善政)을 베풀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경국대전』 이전(吏典) 고과조(考課條)에 보면, 수령칠사(守令七事)*라 하여, 지방관이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조목이 실려 있는데, 왕은 지방관이 하직하는 자리에서 이에 대해 자주 물었고, 이를 기준으로 지방관에 대한 인사 고과를 하였습니다.
이런 중대한 임무를 띠고 길을 떠나는 친구에게 이용휴는 이 시를 지어 주며 백성 위에 군림하지 않고, 백성의 고충을 잘 헤아려 선정을 베푸는 목민관이 되어 달라고 당부합니다. 첫 수에 이어 둘째 수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 톨의 곡식도 백성의 피땀에서 나온 것이고 一粒民之血 한 올의 실도 백성의 노고에서 나온 것이네. 一絲民之筋 이 점을 항상 기억하여 於此常存心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지 말게나. 方不負吾君
셋째 수부터는 선정을 하여 부모님에게 영광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몸을 사사로이 여기지 말라는 내용, 바닷가 백성도 젓갈을 맛보고 자랑할 수 있도록 하고 관가의 상차림이 허름하다 하여 화를 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 역사 속 훌륭한 지방관을 본받으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홍성이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서하(西河)는 황해도 풍천으로 바닷가입니다. 그러니 상 위에 해산물이 많이 오를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그곳에서 해산물이 많이 나니, 맛있는 것을 실컷 먹을 수 있겠구나. 언제 나도 좀 불러다오.” 할 것 같은 상황인데, 친구는 맛있는 음식이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백성의 노고를 떠올리게 하고, 그들이 애쓴 만큼 그들이 먼저 맛보고 기뻐할 수 있게 하라고 말합니다. 평소 두 사람이 인간의 평등함에 대해, 관리의 책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한 내용이 이별하는 시 속에도 그대로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수령칠사(守令七事) : 조선 시대 지방관이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사항으로, 농상성(農桑盛 : 농상을 성하게 함)ㆍ호구증(戶口增 : 호구를 늘림)ㆍ학교흥(學校興 : 학교를 일으킴)ㆍ군정수(軍政修 : 군정을 닦음)ㆍ부역균(賦役均 : 역의 부과를 균등하게 함)ㆍ사송간(詞訟簡 : 소송을 간명하게 함)ㆍ간활식(奸猾息 : 교활하고 간사한 버릇을 그치게 함)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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