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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은 방주에는 누가 탔을까 ?

백광욱 2022. 12. 14. 00:04

 

그의 작은 방주에는 누가 탔을까 ?

 

행복한가 여러분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알고 계시나요? 

기독교에서 예수 탄생 이전의 일들을 기록한,

구약성경에 나온 이야기들 중에 종교유무를 막론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일화 중 하나일 것입니다.

대홍수가 일어나기 전, 신실한 노아와 그의 가족들에게 신이 경고를 주고

방주를 만들어 동물들을 한 쌍씩 실을 것을 명령했던 이야기인데요.

거대한 방주를 짓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아에게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비웃었지만,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결국 방주 덕분에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홍수가 가라앉은 뒤, 새롭게 시작한 세상에서 터전을 짓고 살아나갑니다.

 

 

서울 중구의 국립현대미술관, 방주가 하나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설치미술 작품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최우람 작가의 작품, <작은 방주>입니다. 

목재를 자르고 칠해서 만들어진 노아의 방주와 달리,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는 육중한 철재와 폐 종이를 이용해 만들어진 기계장치입니다. 

최우람 작가의 지난 작품활동을 따라가 본다면 이는 단순한 방주가 아닌,

기계로 만들어진 하나의 생명체로서도 볼 수 있죠.

최우람 작가가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현장 제작 설치 프로젝트’로 전시했던

거대한 기계 생명체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를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공중 설치로 전시되었던

최우람 작가의 작품,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이미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공식홈페이지

 

 

철제 재료와 폐품으로 만들어진 최우람의 <작은 방주>는 마치 물결치는 지느러미처럼,

때로는 파도처럼 독특한 움직임을 보이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23년 2월 26일까지. 이미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최우람 작가가 만든 방주에는

마치 태양열 집열판처럼 생긴 장치가 인간상의 후면에 있으며,

가운데에는 항로를 안내하는 등대가 서있죠.

스스로 안내한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이는 방주는

스스로 항로를 개척하는 존재에 대한 비유같기도 합니다.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기계 방주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요?

최우람 작가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과거에 천연두나 페스트가 퍼질 때 원인을 모르고 죽었던 것처럼

팬데믹 상황을 지나면서 여전히 사회가 흔들리는 장면을 보고서 

2022년에도 인류에게는 방주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방주에 누가 탈 것인지,

무엇을 실을 것인지 정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선택이 일어날 것”이라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데 모든 것을 실을 수 없다는 게 자명하기 때문에

작품 이름에 ‘작은’을 붙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분은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를 보며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최우람 작가가 일생동안 작업한 작품들 중 제일 큰 크기를 자랑하는

<작은 방주>의 가동 시간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해 그 위용과 아우라를 직접 만나보세요. 

 

< 출처 : 행복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