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전의 향기

고통을 견녀낸 성공

백광욱 2025. 3. 10. 03:35

 

고통을 견녀낸 성공

 

고통을 참고 견뎌내야 즐거운 시절이 온다.

공부를 조금 하다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忍辛耐苦, 方有快活時節. 乍做工夫, 不耐辛苦而止者, 難乎有成.

인신내고, 방유쾌활시절. 사주공부, 불내신고이지자, 난호유성.

 

유범휴(柳範休, 1744~1823), 『호곡집(壺谷集)』 권9, 「졸수잡록(拙修雜錄)」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그렇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어 왔는데, 인생의 낙을 맞이하려면 그 전에 반드시 고생을 겪어봐야 한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고생을 해봐야 그보다 나아진 상황이 좋은 것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터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생이라는 것은 장밋빛 미래의 가치를 높여주는 선행 요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이 고통스럽게 되는 이유를 옛사람은 이런 정도로 녹록하게 여기지 않았다. 고통은 나의 삶에 왜 찾아오는 것인가? 맹자(孟子)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하매 반드시 먼저 그 심지(心志)를 고통스럽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하며 그 몸을 궁핍하게 하여, 그가 하는 일마다 어긋나게 하여 혼란스럽게 하나니, 이는 그의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성질을 참아내게 하여, 그가 능하지 못했던 것을 더욱더 잘 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이다.”

  ‘하늘이시여! 왜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시오?’라는 생각이 들 때, 맹자의 이 말을 되뇌며 마음을 다스려 볼 일이다. ‘지금 나의 심신이 이리 쓰라린 건 내가 이 상황을 이겨냈을 때 나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해서이겠지’라며 자신을 위로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할 뿐이다. 고통이 나를 단련시켜 성공으로 이끈다.

  18·19세기의 퇴계학파 학자 유범휴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감내해야만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고통의 시간은 대부분 짧지 않다. 긴 세월 동안 공부를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의 상처가 켜켜이 쌓일 수 있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성과가 마음먹은 대로 안 나오면 자존감마저 떨어져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래도록 정진한 사람에게는 실패가 외려 자양분으로서 축적되어 종국에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벼랑 끝에 섰다는 느낌이 들 땐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맹자의 교훈을 곱씹으며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 하리라.

  용재(庸齋) 김근행(金謹行)은 사양재(四養齋) 강호보(姜浩溥)에게 보낸 편지에서 ‘총명하고 재주 있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에 성취하는 것은 오랫동안 견딘 사람이라야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전한 바 있다. 김근행의 스승이자 강호보의 조부였던 비수재(賁需齋) 강규환(姜奎煥)이 한 말이다. ‘미성재구(美成在久)’를 다시 가슴 속에 품어보자! 우둔하기로 유명했던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도 억만재(億萬齋)에서 부단히 절차탁마하여 저명한 문학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중용(中庸)』은 ‘타인의 백배만큼 노력하라’고 말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과 ‘100배 더 노력하기’는 오랜 시간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가 고금에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글쓴이   :  김종민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BK 동아시아 고전학 미래인재 교육연구팀 연구교수

 

'교육 > 고전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옛날 SNS  (0) 2025.03.20
겨울의 뒷모습  (0) 2025.03.13
이름 모르는 노인의 죽음에 부쳐  (0) 2025.03.05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0) 2025.02.25
봄날 북한산에 오르며  (0)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