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엄마의 인맥관리 비결 !?
엄마에게 인맥관리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엄마는 사교성이라고 말하겠지만, 자식의 입장에선 다릅니다. 수없이 봐온 엄마가 정을 표현 하는 방법은 '무엇이든 백 번 권하기'입니다. 경상도에서 특히 더 많이 나타나는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식당에 가면 계산대 앞에서 싸우는 어른들을 많이 봐왔을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큰 소리가 오가는 비극이나, 가까이서 보면 자신이 기어코 계산하겠다는 희극입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엄마입니다. 멀리서 공격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을 주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먹기 싫다는 음식도 15번쯤 권하고 살짝 짜증 섞인 대답을 들어야지만 포기합니다.
먹기 싫으면 말아라.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집에 온 손님들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밥 먹고 와서 물만 줘도 된다는 말에도 엄마는 냉장고에 있는 식품 리스트를 쭉 읊습니다.
사과 좀 깎아드릴까? 배불러? 그러면 홍시는? 한과는?
끝없는 권유에 손님들은 손목이 시리도록 손사래를 치지만 못 이기는 척 과일 한 조각 집어 듭니다. 엄마의 이런 특징은 상대가 아빠일 때, 포텐이 터지곤 합니다. 하지만 아빠도 나름의 강적입니다. 아빠는 못 이기는 척이라는 말을 모르기 때문이죠. 바람 쐬러 가기로 한 날이면 아빠는 무조건 피곤하다고 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딸들은 아빠에게 3번을 권하고 포기하지만 엄마는 다릅니다.
아이고 자식새끼들이 오래간만에 집에 와서 어디 바람 좀 쐬러 가자하는데
그냥 가면 되겠구먼.
- 피곤하다.
아이고 가는 길에 내가 운전할 건데, 옆에서 자면 되지!
- 피곤하다 했다....
아이고 바람 쐬러 간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할 건데.
-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싸움으로 번진 후에야 엄마는 씩씩거리며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아빠의 뒷담화로 시작해 아빠의 뒷담화로 나들이가 마무리 됩니다. 엄마의 이런 모습은 선척적인 거라 생각했는데 아빠로부터 생긴 후천적 요인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습니다.
거실에서 TV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근데 등 뒤 에 있는 소파에서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아무래도 아빠도 과자를 먹고 싶은 것 같아 물었습니다.
초콜릿 쿠키인데 먹을래?
- 아니.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시선은 거두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번 더 물었습니다.
먹을래?
- 아니.
이미 2번이나 권했지만 인간은 3번에 익숙한 법입니다. 양치도 3번 하고 밥도 3번 먹는데 권유라고 3번 못하겠는가 싶어 한 번 더 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초콜릿 과자고 우유랑 먹으면 맛있어.
이제 싫다면 안 물을 거야. 먹을래?
- 그럼, 하나 줘봐.
아빠는 남의 속을 새카맣게 태우고 초콜릿 쿠키 한 통을 비웠습니다. 엄마가 왜 권유에 죽을힘을 다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왜 한 번에 자기 의사를 말해주지 않을까요. 어른 아빠는 절대 초코 과자를 탐내지 않아야 강한 아빠라는 마음에서 그런 걸까요. 아직도 아빠 자신의 의사가 정확히 담긴 대화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늘 우리 마음대로 하라지만 마음대로 한 후에는 꽈리를 제대로 튼 말들이 비수가 되어 날아옵니다. 그래서 엄마뿐만 아니라 나도 집 밖에서 무언가를 권유할 때 3번은 물어보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예고를 한다는 점입니다.
딱 3번만 물을 거야. 이거 먹을래?
맛있는데 진짜 안 먹을래?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거 먹을래?
#엄마의인맥관리 #아빠의마음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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