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74

채워지지 않는 그릇

채워지지 않는 그릇 삶의 의미를 찾고 있던 줄무늬 애벌레가 있었습니다. 삶이 너무나 무료했던 애벌레는 어느 날, 커다란 기둥 하나를 발견합니다. 애벌레들이 서로 엉켜 하늘로 솟아 있는 기둥이였습니다. 애벌레들은 서로의 머리를 밟고 밀치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애쓰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 위에 뭐가 있어서 저렇게 죽기 살기로 올라가려 애쓰고 있을까? 줄무늬 애벌레는 천신만고 끝에 기둥에 맨 위에 다다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줄무늬 애벌레는 실망에 빠지고 맙니다. 자신이 그토록 힘들게 올랐던 기둥은 사실 무수히 많은 기둥들 중 하나의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 때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사뿐사뿐 날아올라 줄무늬 애벌레를 찾아옵니다. 노란 나비는 전에 함께 지냈던 애벌레였습니다. 기둥의 맨 위에서 줄무늬..

마음속에 여백을

마음속에 여백을  사랑의 체험은 남의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하고 고통의 체험은 그 말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합니다. 한 곡의 노래가 울리기 위해서도 우리 마음속엔 그 노래가 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질투, 이기심, 같은 것으로 꽉 채워져 있는 마음속엔 아름다운 음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고통의 체험이 없는 사람은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는 아량과 깊이가 부족하게 마련입니다. 고통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고 겸허하게 자신을 비우게 하니까요. 마음속에 빈 공간이 없는 사람에겐 어떤 감동적인 시..

어느 위대한 영웅의 생신

어느 위대한 영웅의 생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영웅들이 있었습니다.그리고 2025년 3월 25일, 그 영웅 중 한 분이신김기열 어르신께서 아흔여섯 번째 생신을맞이하셨습니다.1950년 7월, 이리 농림학교 졸업을 앞둔김기열 어르신은 갑작스레 학도병으로 징집되며훈련도, 군복도, 무기도 없이학생복과 운동화 차림으로 전장에나서야 했습니다.밤이 되면 빈 학교 강당에서 쪽잠을 자고,새벽이면 다시 행군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걸으면서도 쏟아지는 잠을 이기려 애써야 했습니다.때로는 길옆 수로에 빠진 후에야 잠에서 깰 정도로혹독한 여정이었습니다.평양 입성 후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전세가 기울던 때에,김기열 어르신과 그의 전우 최기호 님은서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