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은 음식물을 익혀내는 도구요
경전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이다
釜鼎所以飪1)食之器 經傳所以理心之器也
부정소이임식지기 경전소이리심지기야
1) 임 : 익히다. 잘 끓인 음식.[食+壬]
- 최한기(崔漢綺), 〈경전리심지기(經傳理心之器)〉, 《기측체의(氣測體義)》
위 문장은 조선 말기 학자 혜강(惠岡) 최한기(1803~1877) 선생의 〈경전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이다[經傳理心之器]〉라는 글 첫머리에 있는 구절입니다.
저자는 도구가 있으면 쓰임이 있어야 하는데, 쟁기를 잡고서 밭을 갈지 못하거나, 솥에 불을 때면서 음식을 익히지 못하거나, 경전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쟁기건 솥이건 경전이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글을 읽는 많은 사람이 밖으로만 내달리고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한 말입니다.
또 약물의 효능으로 혈맥(血脈)과 기체(氣體)가 고르게 되는 것과 같이, 경전을 통해 마음을 갈고 닦아 광명정대(光明正大)한 경지로 나아가라고 권합니다.
훌륭한 성현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을 도구라고 표현하는 것이 경전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전을 읽으면서도 마음을 닦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뜻을 담은 경전이라도 그저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전의 가치는 그 안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을 통해서 빛나는 것이 아닐까요?
기축년(己丑年) 새해 경전의 가르침과 함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옮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출처 : 시인애
글쓴이 : 최강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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