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전의 향기

[스크랩] 속이 비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백광욱 2010. 9. 10. 08:48

두곡은 용량이 정해져 있는데,

먼저 먼지와 흙으로 채운다면 아름다운 곡식을 담을 수 없다.

 

斗斛之量受有多少 先之以塵土之實 則嘉穀爲之不容也

두곡지량수유다소 선지이진토지실 즉가곡위지불용야

 

- 이익(李瀷), 〈권수보를 전송하는 서문[送權秀甫穎序]〉 중에서, 《성호집(星湖集)》

 

위 글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1681~1763)이 후배인 권영(權穎)을 전송하면서 써준 글로, 지식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한 것입니다.

 

성호는 자신이 한때 학문을 널리 한답시고 잡설, 패기(稗記)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이 얻는 데에 몰두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나이가 든 뒤에야 전현(前賢)들의 글을 고심해서 읽게 되었는데, 하루가 안 되어 다 잊어먹기 일쑤였습니다.

 

그 이유를 성호는, 과거에 마음을 두었던 잡다한 지식이 마치 밭에 씨를 뿌려 놓은 것처럼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였습니다. 사람의 타고난 자질도 두곡처럼 정해진 용량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과 같은 우를 범하지 말고, ‘속이 비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유념하기를 후배에게 조언한 것입니다.

                                                                                                                                           옮긴이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

 

이 글을 노자의 관점에서 보면 가득차 있는 그릇에는 더 담을 수가 없으니 속을 비워야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세상의 모든 공간은 비어있으므로 해서 쓸모가 있는 것이지요.

출처 : 시인애
글쓴이 : 최강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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