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삶/삶의 지혜

우울에 휘들리지 않는 법

백광욱 2024. 10. 21. 00:05

 

우울에 휘들리지 않는 법

 

지인 중 한명이 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원인은 우울증. 우울증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잔인한 것인지 잘 모르고 병리학적인 지식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아예 모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드 가끔씩은 지독한 우울감에 빠질 때가 있으니까요.

그럴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단순해지는 것입니다. 일단 이 우울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살펴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건에 의해서인지, 내면의 문제인지 혹은 호르몬 때문인지. PMS 같은 여성 호르몬 때문이라면 대부분 무시하는 편입니다. 생리 주기에 따라 감정이 들쑥날쑥하는 것을 수십 년 동안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럴 때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거나 먹고 싶은 걸 먹고 빨리 자는 쪽을 택합니다. 가끔은 PMS가 아닌 경우에도 '생리전 증후군'이라 단정짓고 유쾌한 TV프로그램을 본 뒤 자버리곤 하죠. 이상하게도 다음날이면 괜찮아지는 때가 많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나 어떤 사건 때문에 우울함이 오는 경우는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내 문제라면 반성하고 다음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하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행여 같은 문제가 이미 서너 번 반복된 것이라 하더라도 나를 탓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원래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나아갑니다. '지난번 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로 벌어진 일은 인과응보만 기억하고 감정을 털어버리죠. '저런 식으로 살면 벌 받을 거야!' 이렇게 말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속 끓이는 건 나 혼자일 뿐이고 상대방은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면 그것도 가능해집니다. 이상한 사람 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뺏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나의 내면의 문제이고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내 감정을 더 파고들어 봅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우울함을 문장으로 표현해봅니다. '길을 잃었는데 헤맬 힘조차 없어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고 불안한 느낌'인지 '길을 잃었는데 이대로 끝날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하고 겁을 먹은 느낌'인지.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다 보면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방향이 잡히게 됩니다.

 

나와 감정을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합니다. 감정은 나의 일부이지 내가 아니니까. 그래서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휘둘리지 않도록 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잘 습득해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마음이 건강할 때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병들면 내 감정과 자아를 동일시하게 되니까요.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슬픔이나 우울을 느끼지 못하게 마음에 즐거움을 욱여넣는 게 아닙니다. 슬픔을 느끼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나에게 주고 다른 관점으로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소소한 단서들을 마련하는 것이죠. 소소한 일들이 다른 감정을 일으키도록 길을 터주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누구에게나 서툴고 때로 막연할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이번 생이 처음이니까. 그래도 우울이 나를 잠식해오면 나를 더 들여다보는 연습을 애써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한 번뿐인 생을 움켜진 사람이 해야 할 일일테니까요.

 

#우울 #감정을다스리는법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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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행복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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