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부족한데 지위가 지나치게 높거나
실상이 받쳐주지 못하는데 명예가 지나치게 크다면
반드시 재앙이 닥치되 얻는 것의 갑절은 될 것이다.
德不足而官位過高, 實未副而名譽太盛, 則必有災殃, 倍於所得.
덕부족이관위과고, 실미부이명예태성, 즉필유재앙, 배어소득.
- 남학명(南鶴鳴, 1654~1723),〈유훈(遺訓)〉,《회은집(晦隱集)》
총리나 장관처럼 높은 공직자를 임명할 때면 으레 후보자의 자질 문제로 정치권이 한바탕 홍역을 치릅니다. 능력도 뛰어나고 도덕성도 훌륭한 후보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간혹 능력은 있는데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거나, 반대로 도덕성은 뛰어난데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파행으로 치닫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지위나 명성에 맞는 능력이나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재앙이 닥치되, 그것도 얻은 것의 두 배로 닥친다니 두렵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재앙이 자기 자신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나라 전체, 국민 모두에게 자기가 얻은 것의 갑절, 아니 그 이상의 재앙을 가져올 테니 참으로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그릇이 있고 그 크기에 알맞은 쓰임새가 있는 법. 큰 그릇을 작은 일에 쓰는 것도 물론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작은 그릇을 커다란 일에 쓴다면 이는 안타까움 차원이 아니라 커다란 위험과 파국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를 자격이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면 물러나야 옳고, 물러나지 않으려면 자격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제 그릇에 맞게 살거나 그릇을 키우거나 하자는 뜻입니다. 물론 쓰는 사람이 그릇을 잘 살피고, 그 그릇에 알맞게 일을 시킨다는 걸 전제로 하는 얘기입니다.
글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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