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선생의 서숙(庶叔) 윤유순(尹唯順)이 고산에게 가난을 하소연하면서, 배를 타고 장사라도 해서 생계를 유지하려 하는데, 동료들은 비천한 직업이라고 말리고, 아내는 위험한 일이라며 말리니 어찌하면 좋겠냐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이에 대해 고산은 옛사람들의 예를 들면서 비천한 일이라고 해서 결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준 뒤, 이어서 위험하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해 줍니다.
황제(黃帝)가 배를 만든 이래로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은 겨우 백 명에 하나 꼴인데, 그나마 모두 인사(人事)를 조심하지 않았거나 천수(天數)가 불행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배가 꼭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면 선왕(先王)이 어째서 만들었겠으며, 지자(智者)가 어찌 타려고 했겠습니까. <중략> 지금 불이 혹 집을 태우고 사람을 그을리기도 하지만, 불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조심하면 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술이 혹 위장을 썩게 하고 덕을 어지럽히기도 하지만, 성인(聖人)이 없애지 않은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조심하면 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참으로 조심하지 않으면, 편안함이 독(毒)이 될 수도 있고, 담장 안에서 환란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어찌 꼭 배만 그러하겠습니까. 불행을 당하는 경우로 말하면, 세상 사람 중에 밀실에 깊이 들어앉았는데도 감기에 걸리는 자도 있고, 평지를 천천히 가는데도 말에서 떨어지는 자도 있는 법입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어린 생명들로 아직도 많은 국민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수학여행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위험하다고 칼을 쓰지 않고 요리할 수 없듯이,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익히 겪어온 것처럼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人災), 즉 사람이 조심하지 않아서 생긴 재앙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관계되는 사람들은 좀 더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조심을 체질화하고 체계화하여 확실한 안전망을 만들어 마침내 우리 사회가 다시는 그런 어이없는 재앙을 겪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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