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문신 신숙주는 대대로 관직을 지낸 선비 집안의 유풍을 자손들이 잘 이어가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가훈(家訓)을 지어 남겼습니다. 마음가짐[操心], 몸가짐[謹身], 공부[勤學], 가정생활[居家], 관직생활[居官], 여자의 도리[敎女] 등 6조목으로 나누어서 지었는데, 윗글은 다섯 번째 조목인 ‘관직생활’에서 인용한 구절입니다.
‘‘깨끗하게 자신을 지키다.[淸白自守]’라는 말은 청렴결백한 관리를 지칭하는 문구입니다. 시법(諡法)에서 “청렴결백하게 자신을 지킨 것을 ‘정(貞)’ 이라 한다[淸白自守曰貞]” 하였으니, 문정(文貞), 정간(貞簡), 정절(貞節), 정의(貞毅) 등의 이름은 모두 이점을 인정받은 선인들의 시호입니다. 지방 관리를 고과할 때도 “청렴결백함으로 자신을 지키고 백성을 다스림에 명성을 구하지 않았다.[淸白自守 治不求名]”라고 하여, 가장 명예롭고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깨끗함이 관리의 요건이 되는 이유를 신숙주는,
“한 번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 남이 알까 두려워서, 위축되고 부끄러운 마음에 명을 내리기도 주저한다. 마침내 교활한 아전들에게 약점이 잡혀서 하는 일마다 실패를 초래하니, 자신과 명예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
라고 하고, 이런 일이 세상에 허다하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느냐며 탄식합니다.
속담에 “한 번 채소밭을 망가뜨린 개는 일 날 때마다 의심받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고 친 이후에는 무슨 일만 생기면 모두 그 개를 의심하게 되고, 개는 (억울하게도) 영영 그 의심을 면치 못합니다.
한 번 더럽혀진 이름은 쉽사리 지울 수 없다는 말이니, 이것이 신숙주가 ‘청백자수’의 문구를 들어 자손들에게 당부한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