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푸르름을 예찬하는 초록의 회화들
푸르름이 절정이 되는 여름의 초입, 오래전부터 회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화가들이 많습니다. 흔히 자연의 화폭을 담은 그림이라하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프랑스의 화가 마네부터 러시아, 한국의 화가까지 다양한 나라의 풍경이 담겨있는 회화를 소개합니다.
에두아르 마네, ‘아름다운 여름날’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 마네의 ‘아름다운 여름날’은 아르장퇴유라는 작은 마을의 정원에서 마네가 가족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정원의 주인인 모네는 마네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여름의 장면과 추억을 쌓았고, 종종 이젤을 펼치고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우거진 나무와 풀, 그늘이 넓게 자리 잡은 정원에는 짙은 초록이 배경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뒤에서 꽃을 만지고 있는 남성은 모네 자신이고 앞의 두 인물은 모네의 아내 카미유, 그리고 아들 장입니다. 마네의 가족이 평화로운 정원에서 함께 나눈 여름날의 푸르름과 여유가 그대로 전해지는 그림인데요, 아름다운 여름날 가족의 평온한 한 때가 시선을 한참 머물게 하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이삭 레비탄, ‘여름풍경’
마치 일본 지브리 만화 속의 배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색채의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19세기 러시아의 화가 이삭 레비탄입니다. 이삭 레비탄의 그림 속 배경은 주로 그가 살던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레비탄은 10살이 되던 해 코브노에서 모스크바로 이주했지만, 풍요로운 땅에 대한 희망과는 달리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뛰어난 재능으로 모스크바 예술학교에 학비를 지원받으며 다닐 수 있었지만, 청소년기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40살이라는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삭 레비탄. 그의 삶은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
주로 가을의 풍경을 그렸던 그의 그림에 초록으로 물든 여름풍경의 선물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구스타프 카유보트 ‘빗방울’
세 번째는 비가 오는 분위기 있는 여름풍경으로 떠나볼까요?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작품 ‘빗방울’입니다.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동그란 파문들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 작품인데요. 짧은 순간, 물 위에 퍼지는 크고 작은 진동의 궤적들을 통해 비 오는 날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던 여름날, 처마 끝에서 한 방울씩 영롱하게 떨어지던 빗방울이 아름다웠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똑, 똑, 똑. 구슬처럼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동그라미들의 리듬을 떠올리며 아련하게 들리는 빗소리를 연상해보세요.
이인성 ‘여름 실내에서’
이 그림은 한국의 고흐라 불렸던 천재 이인성 작가가 23세에 그린 그림입니다. 1934년, 화가 이인성은 이 작품속에서 햇빛이 투명하게 비치는 창 앞의 실내 정경을 묘사했습니다. 1930년대 한국의 회화라고 하기엔 굉장히 밝고 명쾌한 색감, 세련된 분위기와 구도를 보여주는데요.
레이스 테이블보가 드리워진 탁자, 의자와 쿠션 등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가득한 실내 한쪽에 가지런히 놓인 색동 고무신이 시선을 끕니다. 일본 부르주아 집안을 연상케하는 장소에 놓인 고무신이 한국적 색채를 더합니다. 수채화의 대가로도 불리는 이인성은 청색, 녹색, 황색, 적색 등 화려한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하여 선명한 색채감을 보여줍니다. 초록의 풀잎들 뒤로 강렬한 빨간색의 배경은, 현대화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개성 있고 현대적인 느낌입니다.
그림에 몰두하여 캔버스 안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때로는 나에게 처해진 고통이나 현실에서 잠시 잊게 되곤 하는데요. 잠시 핸드폰을 내려두고 초록의 회화들과 함께 현실의 소음에서 멀어져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름의 정취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 출처 : 행복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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