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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피어나던,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며

백광욱 2022. 12. 15. 00:01

 

안개 속에서 피어나던,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며

 

영원한 아름다움이란 존재할까요? 아마 행복한가 여러분의 대부분은 이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힘드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어나는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 듯, 우리 주위의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른 모습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죠. 사람의 감정, 영원할 것 같은 뜨거운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랑의 모양으로 변화하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 점점 다른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부분들은 결국 언젠가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고난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명언처럼 세상의 힘든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으며 변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변화하는 만물의 성질에 대해, 인생의 비밀에 대해, 그리고 곧 과거 속으로 사라질 아름다운 현재에 집중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안개 속의 나무와 숲, 습지의 형체들을 그려내는 작가, 이기봉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K1관, 그리고 부산광역시 수영구에 있는 동명의 갤러리 K2관에서 이기봉 작가의 개인전 <Where You Stand> 를 2022년 12월 31일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기봉 작가는 액체로, 기체로, 심지어는 고체로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의 성질에 관심을 갖고 이를 소재로 창작을 합니다. 호수와 습지, 나무들 위를 덮으며 짙게 드리워진 안개는 우리 존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연기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죠. 고정되지 않은 물의 성질은 존재와 존재 사이를 연결하며 숨쉬는 나무들과 육지, 호수 사이를 액체 또는 수증기인 상태로 하나의 세상 안에 묶어줍니다.

 

안개 속에 가려진 풍경은 무엇일까?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이기봉 작가의 안개 드리워진 풍경들은 변화하는 날씨와 자연처럼 붙잡을 수 없는 현재의 아름다움을 화폭 안에 박제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기봉 작가의 풍경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날 내 머릿 속에서 안개에 가려졌던 과거 추억들을, 아름다웠던 찰나에 대한 노스탤지어(Nostalgia)를 일으키기도 하죠.

이기봉 작가의 전시 이름이자 대표작품의 이름, <Where You Stand>는 우리가 변화하는 안개 속의 세상에서 서있음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개처럼 변화하는 세상, 얼음이 녹아 호수가 되고, 그 물이 수증기가 되며 세상을 순환하는 움직임. 이기봉 작가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각자의 시선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한편 안개때문에 가려져 서로 오해하기도 하며 살아간다는 인생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의 국제갤러리에서, 이기봉 작가의 작품들을 바라보며 안개처럼 변화하는 인생에 대한 나만의 깨달음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 출처 : 행복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