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상식·지식 453

가을의 시 (국화 옆에서 / 서정주)

국화 옆에서 / 서정주 국화 옆에서 시인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나도 시인이 될 수 있다 ? 시 쓰는 방법

나도 시인이 될 수 있다 ? 시 쓰는 방법 파란 하늘을 보거나 산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거나 멋진 풍경을 보면, 감성에 젖어 어느덧 시한 수가 절로 떠오를 때가 있는데요. 막상 쓰려고 하면 생각과 다르게 잘 써지지 않거나, 쓰더라도 ‘과연 이게 시라고 할 수 있는 걸까?’하는 이런저런 고민에 시작하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시 는 은유와 상징, 역설이나 반어법을 써야 하거나 뭔가 배배 꼬아서 멋지게 보이는 표현을 써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는 ‘언어의 조합’입니다. 다만 시어와 일상어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요. 시어는 함축적이며, 암시 적이며, 구체적이며, 운율이 있습니다. 또한 시는 완벽한 문장을 토대로 하고, 시인이 생각한 것이나 보여주고 싶은 풍경 같은 것을 구체적..

코브라 효과(cobra effect)

코브라 효과 (cobra effect)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는 코브라에게 물려 죽거나 다치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코브라 머리를 잘라 오면 보상금을 주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독사를 잡는 일은 매우 위험하지만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나없이 코브라를 잡아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많은 보상금을 세금으로 처리해야 했지만 정책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코브라가 많이 사라져 인명피해가 줄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 이상했습니다. 코브라로 인한 인명피해는 줄어들었는데 코브라를 잡아 와 보상금을 받아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느낀 관계자들은 보상금을 받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그 사람들은..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오래된 골목길 돌아다니길 좋아하시나요? 아침에는 삶이 바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고 낮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곳. 개, 고양이, 개미까지 다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돌아다니는 곳. 그들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곳.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그 골목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신화와 옛이야기는 그런 골목길 같습니다. 사람이 되려고 동굴에 들어간 곰과 범 이야기, 단군신화. 동굴을 뛰쳐나온 범이 그 후 어찌 되었는지 정말 궁금했죠. 10월 3일은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개천절입니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이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 중 하나죠. 민족 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

엄마에게 고추보다 매웠던 것

엄마에게 고추보다 매웠던 것 흙 마당 낡은 멍석 위에 고추 무더기와 엄마가 마주 보고 앉았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고추씨가 달그락거리도록 잘 마른 것, 껍질이 눅눅하여 덜 마른 것, 병들고 벌레 먹어 희끗희끗한 희나리, 세 가지로 분류하며 고추를 고른다 붉은 무더기 고추가 작은 동산 셋으로 높아져도 손이 아리다거나 맵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제비 새끼 먹이 달라고 서로 주등이 내밀듯 여덟 남매가 아침이면 돈 달라고 손을 내미는 날들이 간난한 살림 꾸려갈 앞날이 고추보다 매웠을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이태에 한 번꼴로 애경사를 치러가며 못 먹어 입이 비틀어지도록 지난한 삶에도 굴하지 않던 엄마 가끔씩, 구름 속에 들어가 눈물 닦고 나온 달이 맑은 가을빛이다 -구정혜 시, < 출처 : 행..

'책'이라는 물건의 아이러니

'책'이라는 물건의 아이러니 언젠가부터 나는 책을 쉽게 읽는다. 책을 읽을 때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책의 저자와 내용에 별다른 권위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점심 먹고 잠깐의 개운함을 위해 마시는 카페모카 한잔과 같다, 일회용 컵을 버리듯 책도 쉽게 버린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책이 ‘저렴한 물건’ 이라는 깨달음도 한몫했다. 책이 저렴한 혹은 상대적으로 ‘싸구려 물건‘이 라는 조금 극단적인 깨달음은 책에 대한 내 오랜 의문 하나를 더 크게 만들었다. 나는 커피를 잘 못 마시지만, 하루에 아이스 카페모카 한 잔은 늘 마시는 편이다. 간단한 점심식사 후 아이스 카페모카와 머핀 하나를 먹는 것은 내 오랜 즐거움이다. 카페모카는 한식이 주는 약간의 텁텁함을 달콤한 개운함으로 바꿔 주는 신기..

어느날, 책속의 한 글귀가 내 인생을 흔들었다

어느날, 책속의 한 글귀가 내 인생을 흔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 이야기처럼 가슴 한구석을 쿡 찌르는 듯한 글귀를 만나기도 합니다. 책의 한 글귀가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을 수 도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책속에서 만난 것일 수 도 있겠죠.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던 책 속 글귀를 기억하고 있나요? 무미건조했던 일상 속에서 나를 흔들었던, 의미 있는 글귀들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 슬럼프가 온다. 새로운 일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고 일상이 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유한한 삶 속에서도 오늘이라는 시간이 리필 되니, 다시 그 길 위에서 힘을 내 볼 일이다. 밤을 새워 해매는 것처럼 느낄지라도 이 모든 ..

우리 집은 내리막에 있었다

우리 집은 내리막에 있었다 내리막 우리 집 우리 집은 내리막에 있었다 엄마는 우리 집이 반석 위에 지은 집이라 작고 초라한 연립 주택이어도 좋은 집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한겨울 눈이 내리면 대형 마트 배달 트럭도 올라오지 않는 곳 친구들이 가끔 아주 가끔 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너는 겨울에 눈썰매장 안 가도 되겠다고 학교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서 늦게 일어나도 빨리 갈 수 있겠다고 재미로 하던 말에도 상처받던 날들 이웃 어른들이 오르막에 있어서 수해는 안 입겠다고 언덕 위의 집이 좋은 집이라고 다독여 주어도 내리막에 지은 집만 같던 우리 집 마음속으로 아무리 강한 척해 보아도 올려다보면 올려다볼수록 내리막으로만 보이는 집으로 가는 길 졸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집 앞 언덕길을 다 올라 집 앞에..

당신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있나요 ?

당신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있나요 ? “오랜만에 만나니 더 예뻐졌어요!” 지나가는 인사일지도 모르지만, 그 남자의 말은 오늘 내 가슴을 새콤달콤하게 만들었습니다. 내 나이요? 인생의 중간쯤 왔을까요. 사십대가 된지 몇 년 지났지만, 마음은 사실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닌 척,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죠. 이십대에 누구나 연애 경험이 있으리라는 건 대단한 착각일지 모릅니다. 사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청춘에 대한 상상을 불러 모아. 선택한 청춘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르죠. 마스다 미리, 일본의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69년생 마스다 미리는 오사카 출생의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마스다 미리는 수많은 공감만화와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