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상식·지식 448

엄마에게 고추보다 매웠던 것

엄마에게 고추보다 매웠던 것 흙 마당 낡은 멍석 위에 고추 무더기와 엄마가 마주 보고 앉았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고추씨가 달그락거리도록 잘 마른 것, 껍질이 눅눅하여 덜 마른 것, 병들고 벌레 먹어 희끗희끗한 희나리, 세 가지로 분류하며 고추를 고른다 붉은 무더기 고추가 작은 동산 셋으로 높아져도 손이 아리다거나 맵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제비 새끼 먹이 달라고 서로 주등이 내밀듯 여덟 남매가 아침이면 돈 달라고 손을 내미는 날들이 간난한 살림 꾸려갈 앞날이 고추보다 매웠을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이태에 한 번꼴로 애경사를 치러가며 못 먹어 입이 비틀어지도록 지난한 삶에도 굴하지 않던 엄마 가끔씩, 구름 속에 들어가 눈물 닦고 나온 달이 맑은 가을빛이다 -구정혜 시, < 출처 : 행..

'책'이라는 물건의 아이러니

'책'이라는 물건의 아이러니 언젠가부터 나는 책을 쉽게 읽는다. 책을 읽을 때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책의 저자와 내용에 별다른 권위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점심 먹고 잠깐의 개운함을 위해 마시는 카페모카 한잔과 같다, 일회용 컵을 버리듯 책도 쉽게 버린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책이 ‘저렴한 물건’ 이라는 깨달음도 한몫했다. 책이 저렴한 혹은 상대적으로 ‘싸구려 물건‘이 라는 조금 극단적인 깨달음은 책에 대한 내 오랜 의문 하나를 더 크게 만들었다. 나는 커피를 잘 못 마시지만, 하루에 아이스 카페모카 한 잔은 늘 마시는 편이다. 간단한 점심식사 후 아이스 카페모카와 머핀 하나를 먹는 것은 내 오랜 즐거움이다. 카페모카는 한식이 주는 약간의 텁텁함을 달콤한 개운함으로 바꿔 주는 신기..

어느날, 책속의 한 글귀가 내 인생을 흔들었다

어느날, 책속의 한 글귀가 내 인생을 흔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 이야기처럼 가슴 한구석을 쿡 찌르는 듯한 글귀를 만나기도 합니다. 책의 한 글귀가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을 수 도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책속에서 만난 것일 수 도 있겠죠.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던 책 속 글귀를 기억하고 있나요? 무미건조했던 일상 속에서 나를 흔들었던, 의미 있는 글귀들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 슬럼프가 온다. 새로운 일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고 일상이 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유한한 삶 속에서도 오늘이라는 시간이 리필 되니, 다시 그 길 위에서 힘을 내 볼 일이다. 밤을 새워 해매는 것처럼 느낄지라도 이 모든 ..

우리 집은 내리막에 있었다

우리 집은 내리막에 있었다 내리막 우리 집 우리 집은 내리막에 있었다 엄마는 우리 집이 반석 위에 지은 집이라 작고 초라한 연립 주택이어도 좋은 집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한겨울 눈이 내리면 대형 마트 배달 트럭도 올라오지 않는 곳 친구들이 가끔 아주 가끔 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너는 겨울에 눈썰매장 안 가도 되겠다고 학교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서 늦게 일어나도 빨리 갈 수 있겠다고 재미로 하던 말에도 상처받던 날들 이웃 어른들이 오르막에 있어서 수해는 안 입겠다고 언덕 위의 집이 좋은 집이라고 다독여 주어도 내리막에 지은 집만 같던 우리 집 마음속으로 아무리 강한 척해 보아도 올려다보면 올려다볼수록 내리막으로만 보이는 집으로 가는 길 졸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집 앞 언덕길을 다 올라 집 앞에..

당신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있나요 ?

당신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있나요 ? “오랜만에 만나니 더 예뻐졌어요!” 지나가는 인사일지도 모르지만, 그 남자의 말은 오늘 내 가슴을 새콤달콤하게 만들었습니다. 내 나이요? 인생의 중간쯤 왔을까요. 사십대가 된지 몇 년 지났지만, 마음은 사실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닌 척,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죠. 이십대에 누구나 연애 경험이 있으리라는 건 대단한 착각일지 모릅니다. 사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청춘에 대한 상상을 불러 모아. 선택한 청춘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르죠. 마스다 미리, 일본의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69년생 마스다 미리는 오사카 출생의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마스다 미리는 수많은 공감만화와 에..

나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합니다

나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합니다 1886년 7월 4일 23세의 청년이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는 조선의 청년들에게 서양 문화와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조선 정부의 요청을 받고 제물포를 통해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조선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헐버트 박사는 교육자, 역사학자, 한글학자, 언론인, 선교사, 독립운동가로서 한국 문명화와 한국의 국권 수호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헐버트 박사는 근대식 학교의 틀을 잡으면서 학생들에게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배움뿐이다'라고 강조하며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선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선비와 백성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순 한글로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

마음의 병을 치료하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정한 국보 제319호로 구암 허준 선생이 완성한 조선 시대의 의학서인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 '목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09년 7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의 유산 중의 하나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병의 치료 이전에 마음의 다스림을 원칙으로 할 것. 둘째, 꼭 필요한 이론과 처방을 정리해 간단히 할 것. 셋째, 조선 땅에서 나는 약초를 사용하고, 한글로 정리해 많은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 실제로 637종의 약재는 한자명과 한글명을 함께 기록하여 백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의 활용도를 높이고, 병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

고토리의 별

고토리의 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낙동강까지 밀려났던 국군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연합군과 함께 반격에 성공하여 평양 너머까지 진격합니다. 그러나 중공군이 개입하며 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11월 27일, 함경남도 장진군 유담리에 진격한 미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에게 공격받으면서 '장진호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추운 전쟁터. 전사자보다 동사자가 더 많은 전투라고 불리는 장진호 전투의 과정은 그야말로 끔찍했습니다. 최저 영하 45°의 지옥 같은 한파와 눈보라. 그리고 수류탄을 들고 인해전술로 달려드는 중공군. 결국 10배에 달하는 적 병력에 포위되어 공격과 돌파, 후퇴를 반복하던 미 해병대는 장진군 고토리에 집결하여 퇴각을 준비했습니다. 12월 7일 밤, 미 해병..

그 날이 오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를 감겠소

그 날이 오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 광복을 기념하는 의식의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는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분노할 때나 소리 내어 부르고 읽고 외치는 민족이었습니다. 올해로 78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은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로 1949년 10월 1일 제정된 국경일로 매년 8월 15일 광복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에서 빼앗긴 주권을 다시 되찾았을 때, 우리는 식민통치 당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그것을 끝까지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정당한 저항정신과 열망으로 이루어낸 우리의 자유이자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해 누군가는 노랫말을 짓고 곡을 지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지출처 :..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 '삼복'의 모든 것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 '삼복'의 모든 것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는 ‘삼복’을 거쳐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가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초복, 중복, 말복을 ‘삼복’이라 부르는데요. 이때 ‘복’의 의미는 엎드릴 복(伏)자로 가을이 여름을 밟고 올라오려고 하지만 결국 더위에 굴복해 엎드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무더위에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삼복은 매년 7~8월 사이를 지나고 올해 초복은 7월 11일로 본격적인 여름 더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초복과 말복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간에 삼복을 지납니다. 예로부터 삼복은 사람들에게 행운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날로 여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