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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백광욱 2023. 10. 4. 06:29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오래된 골목길 돌아다니길 좋아하시나요? 아침에는 삶이 바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고 낮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곳. 개, 고양이, 개미까지 다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돌아다니는 곳. 그들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곳.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그 골목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신화와 옛이야기는 그런 골목길 같습니다. 사람이 되려고 동굴에 들어간 곰과 범 이야기, 단군신화. 동굴을 뛰쳐나온 범이 그 후 어찌 되었는지 정말 궁금했죠.

 

 

10월 3일은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개천절입니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이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 중 하나죠. 민족 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 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고대 국가의 건국 과정은 대부분 신화 형태로 전해집니다. 신화의 주인공은 예외 없이 시조가 됩니다. 고대 국가에서 통치자들은 신의 힘을 빌려 권위를 세우려고 했습니다. 주로 자신이 혈연으로 신과 연결되어있음을 백성들에게 알려 통치에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신성한 존재가 세운 나라의 일원이라는 점을 통해 자긍심을 높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신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단군신화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세워졌습니다. 고조선의 첫 번째 왕은 단군왕검으로 하늘의 신인 환인의 아들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건국신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동물은 주로 상징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단군왕검의 어머니인 웅녀는 원래 곰이었죠. 사람이 되길 원했던 곰과 호랑이에게 환웅은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간 동굴에서 버티라고 명했는데, 호랑이는 중간에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100일을 견딘 곰은 여인으로 변해 환웅과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 이야기는 고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곰을 숭배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떠받드는 부족이 경쟁을 벌인 결과 곰과 관련된 부족이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삼국시대 나라의 건국신화에도 동물이 나옵니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훗날 깨고 나오는 알을 갖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날개가 달린 백마였습니다. 고대인들은 흰색 말을 신이 사는 하늘과 인간이 있는 땅을 오가는 전령사로 여겼습니다. 고구려를 세운 왕인 주몽(동명왕)도 유화가 낳은 알에서 깨어났다고 전해지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유화를 돌봤던 동부여의 금와왕은 알을 불길하게 여겨 돼지우리에 버렸지만 돼지들은 오히려 따뜻한 입김을 불며 알을 보호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돼지가 복과 재물을 가져다주는 신통한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돼지는 왕들이 도읍지를 정할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개천절을 ‘쉬는 날’로만 알고 있었다면 단군 할아버지께서 섭섭해 하실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뜻의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리는 기념일이자, 대한민국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날이니까요.

조금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단군신화의 이야기들이 가리키는 길은 아주 단순하고 뚜렷합니다.

“지금 여기 함께 사는 우리는 하나다.”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 소중한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나라가 처음 이 땅에 세워진 날, 개천절의 의미를 생각하는 뜻 깊은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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