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나를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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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거닐며 마음 푸는 연습을 한다.
갓 돋아나는 꽃망울들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나무줄기들을 쓰다듬어 본다. 나도 숲의 일원이 된다. 내가 마음을 풀 때 숲은 나를 받아준다. 긴장하던 풀, 나무들도 한가롭게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나를 지켜보던 작은 짐승들도 비로소 제 길을 간다.
나는 다만 내 길을 가면 된다. 마음을 바람처럼 가볍게, 바람이 가듯이. 그러면 내 발에 밟힌 풀들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무심코 스친 내 팔에 다친 꽃들도 참는다. 미안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무심하게 내 길을 갈 것, 숲은 나를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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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 올바른 길을 가고 싶어 한다. 조그만 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 죄의식이 오히려 제 길을 가지 못하게 한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밉지 않으므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갈 것. 죄를 물로 씻고 가벼운 몸으로 걸어갈 것. 죄의식을 나뭇잎처럼 훌훌 털고 나부낄 것. 마냥 웃을 것.
숲을 빠져나온다. 뚜벅뚜벅 걷는 나무 한 그루가 되어. 사람 세상에 돌아가면 다시 사람이 되어 힘들어하리라. 하지만 내 안에 숲이 있어, 나는 본래 나무 한 그루였으니. 나를 보듬어주고 잘 가꾸어 가면 나는 나무처럼 살 수 있으리라.
나무처럼 활짝 웃으며 사람 속으로 섞여든다.
– 고석근 수필집 <숲> 중에서
< 출처 : 행복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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