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대책 강구
만약 이미 발생한 일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若欲因其已然之迹 而防其未然之患 盍亦究其原
약욕인기이연지적 이방기미연지환 합역구기원
- 이곡(李穀, 1298〜1351), 『가정집(稼亭集)』1권 「원수한(原水旱)」
< 해설 >
이곡의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중보(中父), 호는 가정(稼亭)이다. 한산의 향리(鄕吏)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1332년 정동행성 향시에 1등으로 합격하고, 1333년 회시(會試)를 거쳐 전시(殿試)에 제2갑으로 급제함으로써 원나라에서 관직 생활을 하다가 1448년 고려로 돌아왔으나 1년여 만에 운명하였다.
가정은 『가정집(稼亭集)』 20권을 남겼는데, 이 글은 권1 잡저(雜著)에 수록되었으며 『동문선』 권105에도 실렸다. 가정의 글에는 민초들의 고된 삶을 다룬 내용이 제법 많다. 홍수[水]와 가뭄[旱]을 다룬 「원수한」도 그중 하나다. 농경사회에서 농사의 풍흉(豐凶)은 국가 경제의 성쇠(盛衰)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고, 기후는 농사의 풍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위정자들이 기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이 글을 쓰기 1년 전 아마도 큰 홍수와 가뭄이 발생한 모양이다. 고통에 시달리는 민초들을 구제하기 위해 조정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했지만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였다. “이민이속(移民移粟)은 목전(目前)의 다급함 해결에 불과하다.”라는 부로(父老)들의 말을 인용하여 정책의 실패를 지적한 가정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장하였다.
인사(人事)의 수폐(修廢)에 따라 천수(天數)의 감응이 결정된다고 믿었던 가정이 제시한 대책은 관리들의 탐욕(貪欲) 제거였다. 관리의 탐욕 때문에 송사(訟事)가 불공정하고, 여기서 촉발된 백성의 원망이 화평한 기운을 해치기 때문에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므로, 탐욕의 제거야말로 공정한 송사, 화평한 기운의 회복, 천수의 순조로운 감응, 농사의 풍년, 민생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바탕이라 파악한 것이다.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에 기반한 가정의 논리를 현대인들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재난 발생이 빈번한 오늘날, 그것이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든 동일한 재난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로 접어들었다. 이 사태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이미 발생한 일[已然之迹]”이 되었다. 우리가 잃은 것을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을 터인데,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재난[未然之患]”에 대한 대책이라도 마련한다면 그나마 ‘얻음’이 아닐까?
글쓴이 : 정만호
충남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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