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손보다 게으르지요 재봉틀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한숨을 쉬는 내게 말했다.눈으로 보면 갈 길이 멀고 완성은 요원해 보이지만그 순간에도 손은 묵묵히 일을 한다고.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일은 끝나 있다고. 돌아보니 언제 다 뽑나 고민했던 잡초 제거도 꾸준히 하다 보니밭이 깔끔해졌고, 얼마나 더 가야 되나 싶던 한라산도 걸음을 내딛다 보니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었다. 눈은 생각보다 게을렀고 겁이 많았다.눈이 손에 있었다면 세상에 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불평하거나 겁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손이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일들을 늘 이렇게 부지런히 마무리해주기를.한쪽 손으로 다른 쪽 손을 포근히 안아 주었다. - 유희경 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