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티재에서 바라본 대둔산 자락. 절정을 이룬 단풍과 바위산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나들이객으로 북새통을 이룬 케이블카 매표소. 평일이라 나름 한가한 편이라는 설명에 놀란다. 만원버스 같은 케이블카 안이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건 울긋불긋한 단풍의 물결이 발아래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찰칵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 "이야 여보 저기 봐봐"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물들어가는 가을의 무늬를 바라보며 상승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산은 화려해진다. 전설처럼 솟은 바위 모습에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착각이 든다.
케이블카 정류소 전망대에서 산을 자세히 본다. 오른편 줄기의 동심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심바위는 거대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비스듬히 아슬아슬한 모양새로 1000년을 넘게 버텼다. 신기한 모양새가 보는 이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산행을 하러 온 이들은 여기서 본격적으로 계단을 오른다. 정상까지는 700m로 짧은 편이지만 급하게 치솟은 오르막이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5분을 오르면 대둔산의 명소인 금강구름다리다. 색색의 단풍과 고풍스러운 청자처럼 깊은 맛이 나는 바위, 예쁘장한 붉은 구름다리가 섞여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든다. 튼튼해 보이는 다리지만 막상 걸어보면 고도감이 만만찮다. 1m 폭에 50m 길이, 80m 높이다. 가운데로 갈수록 다리가 기우뚱거린다.
사람들이 걸을 때마다 기우는 통에 "무서워서 도저히 못 가겠다"는 여성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기며 걷는다. 다리 밑으로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돌계단을 걸어 오르는 등산객들이 작게 보인다.
- ▲ 대둔산의 명물 삼선계단. 바위 벼랑을 이은 가파른 철계단으로, 계단에 올라서면 아래로 낭떠러지가 보인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까짓것 무서워봤자 하고 들어서지만 올라갈수록 철계단이 동아줄처럼 흔들린다. 까마득한 고도감이 생생히 전해온다.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한발 한발 다리를 올리는 게 부자연스럽다. 막상 계단을 올라서면 묘한 전율이 몸을 휘감으며 짜릿한 쾌감이 온다.
대둔산 정상은 마천대라고 하는데 '하늘을 어루만질 만큼 높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상에는 개척탑이 있어 멀리서도 정상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마천대 역시 인산인해다. 옛날처럼 구두 신고 올라온 이는 없지만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은 관광객들도 많다. 마천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곱사등의 신선들이 늘어선 가운데 알록달록한 단풍이 여백을 메우고 있다. 멋들어진 동양화 속에 사람이 들어와 있는 건지 천재화가가 일생의 재능을 바쳐 거대한 작품을 눈앞에 그려놓은 건지 가늠할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기서 올라왔던 길을 되밟아 케이블카 정류소로 내려간다. 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능선을 밟아 낙조대로 향한다. 케이블카 갈림길을 지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둔산이다. 적막이 감도는 것이 이제야 입산한 게 실감난다. 경치가 좋아 뵈는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면 마천대와는 다른 바위줄기가 공룡 등골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바위를 자세히 보면 클라이머들이 리지등반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낙조산장을 지나면 대둔산의 뒷모습인 낙조대다. 바위 줄기라곤 없는 순한 산등성이들이 낮게 엎드려있고, 멀리 서해가 보인다. 바위산 이미지와 전혀 다른 풍경이다. 평범하지만 뻥 뚫려 있어 시원한 맛이 있다.
용문굴을 지나 갈림길에서 사면을 이어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케이블카 정류소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며 산을 눈으로 되새김질한다. 가을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던가 싶다.
7부 능선에 위치한 케이블카 정류소를 출발해 정상인 마천대와 낙조대를 거쳐 용문굴에서 7부 능선의 케이블카 정류소로 돌아오는 코스다. 4.2㎞에 3시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도 타고 경치도 즐기며 적당히 관광과 산행을 겸한 코스다. 마천대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많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케이블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하산은 6시가 막차다. 요금은 왕복 8000원, 편도 5000원이다.
금산에서 대둔산을 거쳐 전주나 군산으로 가는 버스가 1일 7회(08:30~17:55) 운행한다. 대전서부터미널에서는 대둔산행 버스가 1일 3회(07:45, 13:20, 17:30) 운행. 대둔산에서 대전서부터미널행 버스는 08:40, 14:30, 18:30분 운행. 승용차 이용 시 주차료는 2000원이다.
대둔산온천관광호텔(063-263-1260)은 식당, 노래방, 사우나를 구비하고 있다. 620m 암반수를 사용하는 유황사우나다. 산 입구에 식당이 즐비하다. 소문난전주식당(063-263-9358), 전주고향식당(063-263-9151), 전주식당(063-263-3473) 등 비슷한 이름이며 산채비빔밥, 파전, 인삼튀김, 동동주 등이 주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