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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문기자가 추천하는 국내 최고 휴양지

백광욱 2009. 11. 20. 14:13

여행 전문기자가 추천하는 국내 최고 휴양지
여행 전문기자가 추천하는 국내 최고 휴양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산과 들을 누비며 떠도는 삶을 살아온 여행 전문기자 최병준. 그가 갈고 닦은 자신만의 여행 내공을 여기 한 권의 책에 담아 ‘떠도는 삶’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자료발췌·<바람이 길을 묻거든>(경향신문사)




:: 혼자여서 더욱 좋은 섬, 선유도



선유도도 4~5년 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 횟집도
새로 들어섰고 번듯한 여관도 생겼다. 주말이면
포구 어귀에 손님을 맞으러 온 민박집 승합차들이
줄을 선다. 도로가 좁아 외부 차량은 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길을 넓히면 해결될 일 아니냐”
고 했더니 주민들은 섬이 망가진다고 손사래를
쳤다.

여름이면 여행자들이 30만 명 이상 찾지만 아직도
나이트클럽이나 다방, 천박한 네온사인 등이 달린
여관이 없는 섬이다. 그래서 선유도가 좋다. 선유도
엔 버스나 택시도 없다. 대신 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다. 걸어서 섬을 돌아보기에는 너무 넓다. 무녀도와
선유도, 장자도가 연륙교로 이어져 있어 자전거가 아니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
보기 힘들다.



알고 가면 더욱 쏠쏠한 선유팔경│


선유낙조
해변에서 바라보는 선유도의 일몰.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장관이다. 서쪽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삼도귀범   무녀도와 선유도 사이 세 개의 무인도 사이로 만선을 이룬 돛배가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오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섬들은 갈매기와 물오리 등 바닷새의
천국이다.
월영단풍   신시도에는 해발 199m의 월영봉이 있다. 가을철 신시도 앞바다를
지날 때면 월영봉의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평사낙산    선유도 마을 뒷산에서 바라보면 사방으로 뻗어 있는 팽나무
가지가 은빛 모래 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명사십리    선유도 해수욕장의 둑에는 해당화가 만발하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졌다. 고운 모래밭이 10리에 걸쳐 펼쳐져 있다.
망주폭포    망주봉은 바위로 이루어진 2개의 산봉우리가 마주 보고 있다.
여름철 큰비가 내리면 해발 152m의 망주봉에서 7~8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장자어화    이곳이 황금 어장임을 말해주는 상징이다. 과거에는 조기를 잡기
위해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했다.
무산십이봉   고군산의 방벽 구실을 하는 방축도와 말도 등 12개 섬의
산봉우리가 마치 투구를 쓴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듯하다 하여 무산십이봉이라 했다.


::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섬, 완도의 청산도


청산도(靑山島). 이름 그대로 푸른 섬이다. 한겨울부터
뿌리를 내린 보릿잎이 자라 파도처럼 출렁대고, 섬을
둘러싼 감청색 바다는 눈이 시리다. 산과 들판과
바다가 모두 파래서 옛사람들은 ‘청산여수’라고 했고,
신선이 산다 해서 선산도라고도 불렀다. 완도항에서
뱃길로 45분. 기름 냄새 짙게 밴 철부선을 타고
50리쯤 파도를 가르면 청산도에 닿는다.

청산도가 알려진 것은 실은 영화 ‘서편제’ 때문이다.
승용차를 타고 10분쯤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가는
당리 언덕길. 봄날 돌담밭 안에 샛노란 유채가
어지럽게 바람에 흔들린다. 유채밭 너머 황톳길이
놓여 있고, 황톳길 옆으로는 청보리가 파도처럼
출렁인다. 웃자란 맥주보리가 돌각담 틈새로 푸릇푸릇 잎새를 내밀고 있다.

●가는 길  청산도는 완도 연안 여객선터미널에서 배가 다닌다. 겨울에는 하루
4차례 정도, 피서철에는 10여 편이 다닌다. 청산도 내에는 부둣가와 마을을
잇는 버스가 한 대 다닌다.
청산농협(061-552-9388~9), 완도 여객터미널(061-552-0116)


:: 한려수도의 숨겨진 보석, 통영 미륵도


통영에 볼거리는 수없이 많지만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늘 미륵도다. 미륵에 들어
서면 먼저 해안도로를 타고 섬을 둘러보
는 것이 순서. 왼쪽 마리나 리조트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언덕배기로 올라서는 길을
타면 해안도로(67번 지방도)에 들어선다.

섬을 빙 둘러 돌아가게 돼 있는 해안일주
도로는 장장 60리. 한 허리를 꺾어 돌면
아담한 포구가 나타나고, 다시 고갯길을
넘으면 푸른 바다가 눈앞에 열린다.
신양읍 접어드는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 바다로 돌면 통영만이다.

수산연구소가 있는 통영만 앞에서 바라보이는 큰 섬이 한산도. 큰 섬에 둘러
싸인 바다는 참 아늑하다. 섬들은 거센 바람을 걸러주고, 순풍만 슬며시 들여
보낸다.  미륵산 정상에서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아침
해는 한산도 뒤로 돋는다. 어둠을 가르는 햇살에 꽂혀 물비늘이 일렁이는
바다는 이 세상 어느 보석보다 눈부시다.


●가는 길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에서 진입할 수 있지만 경부고속도로가 더 빠르다. 비룡 분기점에서
대전 남부순환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산내 분기점에서 무주행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 IC에서 빠진다. 미륵산 등산은 용화사에서는 1시간 30분 걸리지만,
미래사에서는 30분이면 된다.


:: 비밀의 바다, 태안 구름포


구름포는 내가 마음을 놓고 싶었던 귀퉁이다.
지도를 펼치면 만리포 위에 천리포, 백리포,
의항 해수욕장. 사실 해수욕장은 여기가
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의항에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구름포가 나타난다.

해변 길이는 700~800m. 여름철 성수기가 아닐 때
구름포를 찾으면 갯바위 낚시꾼 두어 명밖에
만날 수 없다. 모래는 밀가루처럼 부드럽다.
물도 맑고 깨끗하다. 처음 구름포를 찾았을 때
대체 왜 이런 곳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의아스러웠다. “국립공원 지역이라 건물을
못 지어요. 방갈로도 시즌이 끝나면 다
철거해야 돼요….”

여름철마다 들어서는 임시 매점 주인은 방학이 시작돼야 관광객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해변 일대의 땅은 딱 네 사람이 소유한 사유지다.
민박도 이 네 사람이 운영한다. 편의시설이 너무 없어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아도 민박과 야영장이 금방 차버리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레저 & 숙박  해수욕장 주변 시설은 모두 임시 건물, 국립공원이라
맘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 솔숲 밑에 텐트를 칠 수 있지만 자리도 많지 않다.
워낙 수용 인원이 적고 길이 좁은 게 흠이다. 주차료에, 샤워장 이용료에,
텐트를 칠 때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러니 인근에 숙박을 정해놓고 새벽
일찍 찾아갔다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름에만 들어서는 현지 매점 및 민박(041-675-7578)


:: 눈부신 해바라기 축제, 태백 구와구 마을


2005년 우리 땅에도 넓은 해바라기 밭이
생겼다. 해발 850m의 태백 구와구 마을
고원식물원. 비록 영화처럼 광활하진
않지만 해바라기밭은 모두 합해 5만
평이나 된다. 해바라기가 피는 8월.
고원을 휩쓸고 가는 모진 바람.
흔들리는 노란 해바라기는 고흐의
그림처럼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렬하다.

소피아 로렌의 눈망울처럼 크고 둥글둥글한
꽃술, 땡볕에 샛노랗게 달아오른 꽃잎….
그리스 신화에선 태양신 아폴론을 사랑한 요정 크리티에가 9일 동안 자신이
흘린 눈물만 마시며 태양을 바라보다 해바라기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은 ‘열정과 그리움’. 곰곰 뜯어보면 해바라기는 사람을 닮았다.

비가 올 때는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가 해가 뜨면 다시 고개를 들어 빤히
쳐다보는…. 고흐가 해바라기에 혼을 쏟은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해바라기밭 옆은 메밀밭. 새하얀 메밀도 해바라기에 견주니 그리 눈길이
가지 않는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오른쪽 영월 방면으로 향한다. 38번 국도는 영월까지
4차선으로 확장돼 있다. 나머지 태백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2008년까지
확장 공사 중. 38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다 사북과 고한을 지나
두문동재 터널을 넘으면 태백시. 시내로 접어들다가 왼쪽 검룡소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다리를 건너 삼척·하장 가는 길.

국도지만 초입은 마치 동네 길처럼 좁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지만 마을
어귀를 지나면 길이 왕복 2차선으로 넓어진다. 길섶에 키 작은 해바라기가
보이고 오른쪽에 고원자생식물원이란 자그마한 임시 이정표가 붙어 있다.
7~8월 해바라기 축제 때만 입장료를 받고 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 쪽빛 바다,  제주 협재와 비양도


바다는 물빛이 좋아야 한다. 타히티,
몰디브, 보라카이 등이 유명해진
것도 다 바다 빛깔 때문이다.
푸른색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기에 크리스털 블루, 코발트
블루란 이름을 붙이지만 이런 단어
하나로 색의 미묘함을 표현할 수는 없다.

열대 산호바다 못지않게 아름다운
바닷빛을 가진 곳은 북제주군 한림읍
협재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빛깔이 곱고 아름답다. 공항에서 1시간 거리도 안 된다. 10여 년 전,
협재 앞을 달리다 갑자기 입이 딱 벌어졌다.

인근에 한림공원 외에는 뚜렷한 관광명소가 없는 까닭에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 해변. 협재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있는 한림항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어촌같이 다닥다닥 붙어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상가를 지나면 아름다운 해변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설탕처럼 곱고 하얀 모래, 바다 밑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의 하늘색 물빛에 탄성이 튀어나왔다.

바로 앞, 녹음으로 뒤덮인 섬이 비양도다. 협재의 바다는 연한 옥빛을 띤다.
물빛은 먼 바다로 나갈수록 색깔이 짙어지다가 비양도를 넘어서면 짙은
감청색으로 변한다. 수심에 따라 남색과 에메랄드 물빛이 확연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협재에서는 바다에도 정말 다양하고 많은 빛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명 때는 먹빛 바다가 빛을 빨아들여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어지다가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녁놀이 들면 실털 같은
구름이 석류보다 더 붉게 물들며 바다로 떨어진다. 대지를 달구던 햇
덩이가 바다로 들어간 뒤에도 여운을 남겨 하늘과 바다를 다양한 빛깔로 칠해놓는다.

협재 해수욕장은 크지 않다. 길이는 200~300m. 대신 폭은 60m 정도로 넓다.
해수욕장의 평균 수심은 1.2m. 경사도는 3~8도로 종종걸음을 하는 돌배기
아이들도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썰물 때는 100m 이상 물이
빠져나가 여기저기 모래언덕이 생긴다. 아이들과 함께 두꺼비집을 짓는
부모, 티끌 하나 없는 볕에서 선탠을 하는 아가씨들도 보인다.


●가는 길  협재는 공항에서 한림 방향에 있다. 제주 시내와 한림 갈림길에서
12번 도로를 타고 직진해 16번 도로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애월·한림 방향.
하귀에서 들어가면 하귀~애월해안도로를 볼 수 있다. 해안도로를 빠져나가
한림으로 들어서면 협재 해변이 나타난다. 공항에서 45분 거리. 비양도
가는 배는 한림항(064-796-7522)에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