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문(한자)자료

[스크랩] 지팡이

백광욱 2009. 11. 19. 18:43

네 덕에 정신이 상쾌하고

네 덕에 몸이 개운하다.

넘어지는 백성과

위태로운 나라는

장차 어떻게 붙들어야 하나?

 

精神賴爾而爽 筋骨賴爾而蘇 彼民之顚躋 國之扤隉 將胡以扶

정신뢰이이상 근골뢰이이소 피민지전제 국지올얼 장호이부

 

- 성현(成俔),〈기명(器銘)〉,《허백당집(虛白堂集)》

 

위 글은 조선 초기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 ~ 1504)이 일상 생활하는 가운데 자주 사용하는 거울, 검(劍), 베개, 지팡이[杖], 빗, 신발, 자, 말[斗], 화로, 솥 등 10개의 기물(器物)을 완상(玩賞)하고 지은 명(銘) 중에서 지팡이에 관해 쓴 글입니다.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지팡이는 무척 미더운 존재입니다. 지팡이를 길동무 삼아 들판으로 산으로 꽃 구경 단풍 구경도 가고, 말벗을 찾아 길을 나설 수도 있으니, 지팡이로 인해 정신이 상쾌해진다는 말도 과장이 아닙니다. 또 움직이기가 어렵다 해서 집에만 가만히 있다 보면 뼈와 근육이 뻣뻣하게 굳을 텐데 지팡이 덕에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몸이 개운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렇게 고마운 지팡이를 보다가, 저자의 생각은 혼란한 나라를 지탱해 줄 지팡이로 옮겨 갑니다. 답답한 백성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피곤에 지친 몸을 활기차게 하며, 나라의 기강을 바로세우고 사회를 안정시킬 지팡이가 무엇일까를 고민합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누군가 뛰어난 사람이 나와 무언가 훌륭한 일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 주는 것도, 우울해하는 친구를 크게 한 번 웃기는 것도, 소신을 지키다 불이익을 당한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실어 주는 것도, 관심 있는 시민 단체를 후원하는 것도,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을 줄 아는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것도 모두 내가 누군가의 지팡이가 되어 주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짐을 나누어서 지고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큰 바위 얼굴’은 기다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옮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출처 : 시인애
글쓴이 : 최강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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