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독서법, 백독(百讀)
세종은 천성이 학문을 좋아했는데,
세자 시절 매번 독서를 할 때면 반드시
1백 번을 읽었다.
世宗天性好學 其未出閣 每讀書必百遍
세종천성호학 기미출각 매독서필백편
- 허봉(許葑, 1551~1588) 『해동야언(海東野言)』「해동야언 1(海東野言[一])」 ‘세종(世宗)’
세종은 세자 시절 백독을 즐겼다. 독서를 할 때면 늘 1백 번을 읽었다. ‘백독(百讀)’은 같은 책을 백 번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할 때까지 읽고 또 읽는 독서법이다. 讀書百遍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 즉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백독(百讀)은 반복의 힘을 믿는 독서법이다. 반복 또 반복하는 치열한 읽기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믿음이다. 백 번 읽기는 빨리 성과를 이루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놓고, 오직 우직하고 정직하게 거듭거듭 읽는 모습이다. 반복은 지루한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반복은 나의 무지와 무감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지정과 감성에 세밀한 무늬를 새겨 넣는 작업이다. 백독은 처음은 느리고 더디지만 마침내 엄청난 속도와 거대한 힘이 붙는 독서법이다. 반복 속에 위대함이 깃든다. 백독은 읽지 못했던 것을 읽게 만들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만들고,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하는 독서법이다.
나라 안팎의 일로 바쁜 일과를 보내야 했던 왕은 과연 언제 책을 읽었을까? ‘을람(乙覽)’이라는 말이 있다. ‘을람’은 을야지람(乙夜之覽)의 줄임말로, 왕의 독서를 일컫는 표현이다. 임금이 낮에는 정사를 돌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을야(乙夜)에는 책을 읽는다 하여 생겨난 말이다. 해가 지고 난 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의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누어 갑야(오후 7~9시), 을야(오후 9~11시), 병야(오후 11~오전 1시), 정야(오전 1~3시), 무야(오전 3~5시)로 불렀다.
잠들기 전은 왕의 독서 시간이다. 우리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을람의 시간을 가져 보자. 밤마다 소파에 몸을 묻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침대 속에서 핸드폰에 얼굴을 묻지만 말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책을 펴자. 밤에 책을 펴면 왕의 독서를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책을 골라 느긋하게 을람(乙覽)하면 고요하고 충만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백독과 을람, 왕의 독서를 살펴보면서 독서하는 방법과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저녁밥을 먹고 난 후에는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말고 책을 펴자. 처음에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백 번 도전하고, 백 번 실천하면 독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독서 비법이 따로 있지 않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글쓴이 : 엄윤숙
'한국고전종합DB' 활용 공모전 고전명구 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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