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나요 ?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함께’라서 외롭지 않아.”
여러분의 옆집엔 누가 살고 있나요? 과거 이웃집에 떡을 돌리던 문화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문을 닫으면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버리는 것이 요즘 주거지의 모습입니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못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런데 이웃들과 마치 가족같이 지내는 특별한 주택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속 주인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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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이 되는 ‘무코리타 연립주택’은 시골의 한 강변에 있는 오래된 연립주택입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온 청년 야마다는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입주합니다. 도시에서의 안 좋은 기억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야마다는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업하여 자리를 잡죠.
주택의 집주인인 미나미는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나미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옆집 이웃 시마다 씨는 목욕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매번 이웃집 욕조에 신세를 지는 자린고비 캐릭터입니다. 또한 아들과 장례용품 방문 판매를 하러 다니는 미조구치 씨도 연립 주택의 입주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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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야마다는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이유로 인연을 끊었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습니다. 항상 욕조를 빌려 썼던 이웃 시마다는 야마다에게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고 해도 마지막 가는 길은 잘 배웅해줘야 한다’는 충고를 해줍니다. 눈치도 없고 엉뚱한 것 같았던 이웃 시마다 씨의 진심어린 말에 혼란스럽기만 했던 야마다는 어딘가 모를 따뜻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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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골마을에서 무료하게만 지내던 야마다도 차차 이웃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이웃들이 모여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라서 인지 뭉클하기까지 하는데요. 심신의 휴식이 필요한 야마다에게,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미나미에게, 각자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다른 이웃들에게도 소소한 위로가 되어 주는 따뜻한 장면입니다. 정성이 담긴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장 작지만 큰 행복일지 모르니까요.
연립주택 이름인 ‘무코리타’는 불교의 시간 단위로, 불교에서의 최소의 시간 ‘찰나’를 의미합니다. 강변에서의 최소의 시간이라면 서로가 공유하는 시간, 서로가 정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영화의 감독인 오기가기 나오코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시간’을 무코리타라는 불교의 시간 단위에 적용해 보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갑니다. 무코리타 연립주택의 사람들은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지냅니다. 꼭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만은 가족과도 같은 끈끈하고 훈훈한 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죠.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따뜻함과 정으로 채워주는 이 영화는, 어쩌면 현대사회의 낭만적인 판타지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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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을 잘 찾는다면 말이지, 어떻게든 견딜 수가 있거든.”
-영화 속 대사 중에서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일 없이 무난하고 무탈하게 흘러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맘 졸이며 봐야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힘들었다면 잔잔한 물결처럼 마음을 적셔주는 이 영화 한 편이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 날 외롭고 공허한 관계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치유가 되는 이야기, <강변의 무코리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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