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쑥" 자라나는 시간
행복지기는 겨울이면 깊은 동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듯 잔득 웅크린 채 기력 유지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먹으며 간신히 그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 기간엔 마치 곰이 된 것처럼 느긋하고 편한 마음으로 에너지를 모아 다음 창작에 힘을 보태기도 하는 것이죠.
겨울이면 곰이 되는 행복지기와는 달리 아주 멀고 먼 시절 고조선에 살았던,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왜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걸까, 문득 이상한 의문이 생겼는데 이 궁금함을 글로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물론 중간에 포기한 호랑이의 생각은 언젠가의 의문으로 미루어 두겠습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 이야기를 하자면, 그의 지아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바로 환인의 둘째 아들 ‘환웅’이죠. 환웅은 인간세상을 좋아하고 부러워하여 하늘 아래 온 세상을 자주 보았다고 합니다. 환인도 아들의 모습을 지켜 보다 문득 내려다 본 태백산이 무척이나 멋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하다.’ 해서 아들 환웅에게 검, 방울, 거울(천, 부, 인) 세 개를 주어 세상을 다스리도록 했는데요. 그를 보좌하는 3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 왔는데 환웅의 행복한 모습을 동물들도 부러워하여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게 해 달라 빌었다고 합니다.
환웅은 이타심을 베풀어 “쑥과 마늘만 먹고 동굴에서 100일 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 말하였고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가지고 어둡고 음침한 동굴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그 이후로도 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호랑이는 중도 포기자가 되었고, 곰은 끝끝내 아름다운 여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그 아름다운 여자와 환웅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신화의 주인공 ‘단군’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환웅도, 단군도 아닌 ‘곰’이, 이 글의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동굴 안에 고여 있었을 물로 목을 축이고 그 거대한 몸이 숨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 쑥과 마늘을 먹었던 그 인내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곰이 먹은 마늘은 본디 달래나 산마늘인 명이나물였을 가능성도 높다고 하네요. 곰은 그 동굴에서 약성과 독성으로 이루어진 쑥과 마늘을 먹으며 온 몸을 정화(항균 및 소독)시키는 동안 그의 생각과 마음은 어떻게 사람이 되어 갔을까요. 쑥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런 쑥을 먹었던 곰은 아름다운 여자로 변모해서도 신체의 상태가 아주 건강하고 다부진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도 슬쩍 해보았답니다.
처음에는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이 궁금했고, 그 다음에는 곰이 먹었던 것이 왜 하필 쑥이었나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국은 ‘이타심’에 생각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타인을 향한 이타심. 누구든 자신만의 동굴을 만들 때가 있죠. 때로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야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으니까요. 행복지기는 내 안의 내가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여러분의 봄을 응원합니다!
< 출처 : 행복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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