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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머물고, '노인'은 떠나기로 했다

백광욱 2023. 8. 14. 00:02

 

'청년'은 머물고, '노인'은 떠나기로 했다

 

진정한 여행은 젊었을 때 떠나는 게 좋을까요, 나이가 든 후에 떠나는 게 좋을까요? 8월, 휴가철을 맞이하여 영화 속 여행을 떠난 젊은 남자와 나이 든 남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두 영화는 휴가지 감성을 담고 있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들만 있는 동네로 떠난 청년
<하와이안 레시피>

 

하와이 섬의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호노카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특히 노인들이 많은 동네로 무척 잔잔하고 평화롭습니다. 일본에서 여행 온 대학생 레오는 우유부단함 때문에 여자 친구에게 차인 뒤, 이 소박한 마을에 방문하게 되는데요. 왠지 지루할 것 같은 노인마을에 온 청년. 하지만 의외로 도시에서보다 지루할 틈도 심심해할 틈도 없습니다. 소심한 레오에게 노인이 많은 이 동네는 더 없이 편안한 장소가 됩니다.


매일 같은 사람과 마주치고 같은 길을 걷는 이 마을. 어느새 자신을 돌봐주는 할머니도 있고 농담을 주고받을 할아버지도 생깁니다. 레오는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겠죠.
듬성듬성 비어 있는 것처럼 여백이 많은 일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레오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나갑니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비 할머니의 음식 솜씨인데요. 고비가 있을 때마다 요리를 만들어 주는 비 할머니와의 인연은 레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하와이언 레시피>는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고 천천히 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하와이안 요리처럼 천천히 음미할 때 가장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별 기대 없이 찾아간 마을에서 인생의 조각 하나를 발견한 레오처럼, 우리의 여행 속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무료 교통카드로 저 끝까지
<라스트 버스>

톰 할아버지는 얼마 전 부인 메리를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혼자 남은 톰은 부부가 살던 마을 영국 최북단부터 메리와의 추억이 깃든 남서쪽 끝 랜즈엔드까지 여행하는데요. 바로 ‘무료 교통카드’ 하나로 이 머나먼 여행을 떠납니다.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약속을 위해 떠나게 된 여행.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선 톰은 기나긴 여정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속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톰의 모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버스영웅’으로 SNS에 알려지게 됩니다. 갑작스레 SNS스타(?)가 된 할아버지 톰! 사람들은 늦은 나이에 험난한 여정에 오른 그에게 많은 응원과 용기, 도움을 전하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톰이 아내를 잃은 슬픔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산더미 같은 추억과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며 무기력하게 방안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이 든 몸을 이끌고 머나먼 여정을 선택한 톰의 용기는 찬란하게 빛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위해 떠난 여정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희망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고 함께 톰을 응원하게 됩니다.



이번 휴가계획은 다들 세우셨나요? 휴가란 자고로 휴식을 위한 일이겠지만,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인연 역시 나의 지친 마음을 쉬게 해주곤 합니다. 아마도 여행에서 우리가 가장 얻고 싶었던 건,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아닐까요?

 

< 출처 : 행복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