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들고 화장실 앞에 선 신사

성당 행사가 끝나고 마당에서 차 한 잔하고 헤어지려는데
젊은 시절 까칠하고 깐깐한 멋쟁이셨던 한 어르신이 화장실 근처에서
아내의 핸드백을 들고는 서 계셨다
백발의 머리가 햇살에 반짝이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다소 민망할 법도 한데 여자 핸드백을 들고 화장실 앞에
서 있는 초로의 노인 모습이 후줄근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백발의 머리가 햇살에 빤짝이던 그 모습이 아름답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살아 온 삶과
노을이 아름다운 해 질 무렵의 풍경 같아 가슴이 찡했다
나이가 들어야 알 수 있는 이 감정 이야기에
또 어떤 생각에 꼬리가 나를 꼬집고 물어도, 나이 들어
서로 살펴주고 기대어 사는 그런 모습
나도 버들가지처럼 사분사분한 모습으로
어르신 사이에 섞여 행복함에 젖어 보냈다
- 작가 / 송미옥 -
< 출처 : 행복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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