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전의 향기

백성의 마음

백광욱 2018. 7. 6. 06:29




백성의 마음


말[馬]을 길들이는 사람이 말의 성질에 따라 다루지 않으면 반드시 말에게 차이거나 물릴 염려가 있기 마련인데,

하물며 위정자(爲政者)가 인성(人性)을 해치고 인정(人情)을 위배하는 경우에 있어서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御馬者  不順其性  必致踶嚙之患   況有爲者  戕人性而違人情乎
어마자  불순기성  필치제교지환   황유위자  장인성이위인정호


- 최한기(崔漢綺, 1803∼1877), 『기측체의(氣測體義)』 「추측록(推測錄)」 卷六


< 해설 >

   이 글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 1803∼1877)가 지은 『기측체의(氣測體義)』「추측록(推測錄)」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최한기는 23세에 생원시에 합격하였고 그 후의 활동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문·지리·천문·의학 등의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가져 20여 종의 저술을 남기는 등 한 평생 학문에 전념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저술을 통해 당시 조선의 부패한 제도와 문화를 개혁하려 하였으며 외국과의 통상을 통해 문명을 개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당시는 민생이 파탄에 이르렀음에도 위정자들은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상황이었으니, 그 개혁의 시작은 위정자의 반성과 각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 소개한 글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최한기가 위정자에게 던진 일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성군으로는 요(堯)·순(舜)을 꼽을 수 있으며 이와 반대인 폭군으로는 걸(桀)·주(紂)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군주들이 상반된 평가를 받게 된 이유에 대해 맹자(孟子)는 “걸과 주가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니, 백성을 잃는다는 것은 백성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失其民者 失其心也]”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바로 민심의 향배를 말하는 것이니, 요순(堯舜)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위정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가장 중시된 것은 민심을 얻는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예로부터 식자들은 위정자를 향해 민심을 위배하지 말라는 경고를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어찌 보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이러한 충고는 위정자들을 향해 던지는 상투적인 경계에 지나지 않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한기가 『인정(人政)』에서 “대개 백성은 국가에 의지하고 국가는 백성에 의지한다. 오직 백성과 국가가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야 하니 어찌 백성을 망각하여 그들에게 의지할 데가 없도록 만들어서야 되겠는가[蓋民依於國 國依於民 惟民國相依以爲生 豈可忘民而使無所依]”라고 하였듯이 국민과 국가가 서로 의지하며 상생하는 관계를 중시하였고,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밑거름은 바로 민심을 얻는 것이므로 그저 내뱉는 상투적인 경계는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욕구를 가진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최한기의 말처럼 백성들의 인성(人性)을 보존하고 인정(人情)을 따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면 민심은 저절로 위정자에게 향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역사의 전철(前轍)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그 길과는 다르게 가는 위정자들이 끊임없이 나왔고, 그들의 말로는 일신(一身)을 잃고 집안을 잃고 나라를 잃을 뿐이었습니다. 얼마 전 국가를 위해 혹은 자치단체를 위해 일할 새 인물들이 많이 선출되었습니다. 지나온 역사를 거울삼고 선현들의 충언에 귀 기울여 선택받은 이유를 찾고 민심을 헤아려 좋은 일을 권장하고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것이 자신을 선택해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글쓴이권헌준(權憲俊)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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