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 때문에 왔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佳故來 無是佳 無是來
가고래 무시가 무시래
- 이옥(李鈺, 1760~1812), 「중흥유기(重興遊記)」 중에서
해설 |
1793년 음력 8월경, 이옥은 몇몇 벗들과 함께 한양 근교 북한산을 유람하고서 이런 글을 남겼다.
총론(總論) 1칙(一則) 總論 一則 風枯露潔 八月佳節也 水動山靜 北漢佳境也 豈弟洵美二三子 皆佳士也 以玆游於玆 如之何游之不佳也 過紫峒佳 登洗劍亭佳 登僧伽門樓佳 上文殊門佳 臨大成門佳 入重興峒口佳 登龍岩峰佳 臨白雲下麓佳 祥雲山峒口佳 簾瀑絕佳 大西門亦佳 西水口佳 七游岩極佳 白雲靑霞二峒門佳 山暎樓絕佳 孫家莊佳 貞陵洞口佳 東城外平沙 見群馳馬者佳 三日復入城 見翠帘․坊肆․紅塵․車馬更佳 朝亦佳 暮亦佳 晴亦佳 陰亦佳 山亦佳 水亦佳 楓亦佳 石亦佳 遠眺亦佳 近逼亦佳 佛亦佳 僧亦佳 雖無佳殽 濁酒亦佳 雖無佳人 樵歌亦佳 要之 有幽而佳者 有爽而佳者 有豁而佳者 有危而佳者 有淡而佳者 有縟而佳者 有耐而佳者 有寂而佳者 無往不佳 無與不佳 佳若是其多乎哉 李子曰 佳故來 無是佳 無是來 |
글 한 편에 온통 ‘아름답다[佳]’는 말 뿐이다. ‘산이 거기 있어 간다’는 서양 등산가의 말보다 ‘아름답기 때문에 왔다’는 이옥의 말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추석이 지난 이맘때쯤의 북한산은 예전에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름난 산수를 찾아 자연 속에 ‘노닐고자’ 했던 심성의 발로가 ‘유산(遊山)’ 문학을 낳았다. 때문에 그들이 남긴 ‘산수유기(山水遊記)’는 동양 문학의 면면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18세기, 정조가 주도한 ‘문체 반정(文體反正)’ 속에서도 자신의 문체를 지키며 귀양길을 선택했던 천재 문인 이옥! 이옥의 북한산 유람기를 읽으며 새삼 산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옥의 자는 기상(其相), 호는 문무자(文無子), 매사(梅史), 매암(梅庵), 경금자(絅錦子), 화석자(花石子), 청화외사(靑華外史), 매화외사(梅花外史), 도화유수관주인(桃花流水館主人)이다. 「중흥유기」는 친구인 김려의 『담정총서(潭庭叢書)』에 실려서 전한다.
글쓴이한문희(韓文熙)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실장
'교육 > 고전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대장부의 일생 (0) | 2017.11.05 |
---|---|
부디 더디 늙으시길 (0) | 2017.11.03 |
기러기 울음소리 (0) | 2017.10.18 |
붓아, 먹아, 이 말을 잘 들어라 (0) | 2017.10.16 |
총명함과 어리숙함 (0) | 2017.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