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위의 근본은 욕망입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그 마음에서부터 인간 사회의 모든 관계와 행동이 시작됩니다. 욕망은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나의 욕망과 남의 욕망이 상충하는 관계망 속에서 나의 욕망이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긍정적으로 발현되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욕망의 기본은 갈구입니다. 그 갈구가 실제와 분수를 앞서 나가다보면 사람은 마침내 자신을 자신이 아닌 무언가로 꾸미고 포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실제와 분수는 다 잊어버리고 목표를 향한 폭주의 바퀴를 굴립니다. 무명자(無名子) 윤기는 위의 말을 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열거했습니다.
사람들은 질박한 태도를 잘 지켜내지 못하면서 모두 자신은 질박한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행여 교묘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한다. 또 검소한 생활을 잘 하지 못하면서 모두 자신은 검소한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행여 사치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한다. 청렴하지 못하면서 자기는 청렴하다 말하고는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하고, 정직하지 못하면서 자기는 정직하다 말하고는 거짓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한다. 각박한 사람은 자기가 후하다 말하고, 사기 치는 사람은 자기가 진실되다 말하고, 폭력적인 사람은 자기가 인자하다 말하고, 교만방자한 사람은 자기가 공손하다 말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자기가 과묵하다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를 훤히 꿰뚫어볼라치면 또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참으로 심하지 않습니까. 자신의 것이 아닌 허상을 얻기 위해 자신을 꾸미고 과장하다가 마침내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며 남을 미워하고 싫어하기까지 하다니요. 가만히 살펴보면 위로는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로부터 아래로 수고로운 노동을 하는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이가 드뭅니다. 자신을 제대로 직시하고 자신의 실제를 잘 인지하면서 차곡차곡 내가 바라는 것을 향해 실다움을 쌓아나간다면 이 그물을 피할 수 있을 것인데, 욕망이라는 허상은 마치 그것이 내 손 앞에 곧 떨어질 것마냥 우리를 유혹하기 일쑤입니다. 이 순간에 우리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욕망의 폭주를 추인하는 기제가 도처에 널린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더욱이 그러합니다. 욕망은 오직 그 실다움을 제대로 획득했을 때에만 우리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내 인성이 망가지고 내 마음이 함몰되기 전에 서둘러 스스로를 가다듬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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