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삶/좋은글방

세상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백광욱 2026. 3. 13. 04:45

 

세상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친구 한 사람 잃고 나니

남은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그만이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를 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이란 이젠 하지 말기오

 

오늘도 금방 지나 간다오

 

돈도 마찬가지요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 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오

 

뭘 걱정 해요?

지갑이란 비워야 한다오

비워야 또 돈이 들어 오지

 

차 있는 그릇에 무얼 더 담을 수 있겠소?

그릇이란 비워 있을 때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오

 

뭘 또 더 참아야 하리까!

이젠 더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 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 말고

걸신들린 듯이 사먹고

 

가고 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 말고

바람난 것처럼 가고

 

사고 싶은 거 있거들랑

명품 하품 가릴 것 없이 당장 사시오

 

앞으론 다시 그렇게 못한다오

다시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거들랑

당장 전화로 불러내 국수라도 걸치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 마음껏 하시오

그 사람, 살아서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른다오

 

한 때는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던

당신의 배우자, 가족, 친척, 친구

 

그 사람들 분명

언젠가 당신 곁을 떠날거요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오

 

떠나고 나면 아차하고

후회하는 한 가지

 

"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못한

그 가슴 저려내는 아픔

 

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거요

엎질러진 물 어이 다시 담겠소?

 

지금 당장 양말 한 짝이라도 사서

손에 쥐어주고 고맙다 말하시오

 

그 쉬운 그것도

다시는 곧 못 하게 된다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시오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 받아 드리시오

우주 만물이란 서로 다 다른 것

 

그 사람인들 어찌 나하고 같으리까?

 

처음부터 달랐지만

그걸 알고도 그렁저렁

지금까지 같이 산 거 아니오?

 

그동안 그만큼이나 같아졌으면 되었지

뭘 또 더 이상 같아지란 말이오

 

이젠 그대로 멋대로 두시오.

나는 내 그림자를 잃던 날

내일부턴 지구도 돌지 않고

태양도 뜨지 않을 줄 알았다오

 

그러기를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매주 산소에 가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 잔에

커피를 타 놓고

차디찬 돌에 입을 맞추고 돌아온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이 짓 밖에 없다오

 

어리석다고, 부질없다고

미친 짓이라고 욕해도

난 어쩔 수 없다

제발 나같이 되지 마시오

 

이것이 곧 당신들의 모습이니

 

"살아있을 때" 라는

공자도 못한 천하의 명언을

부디 실천하기 바라오

 

지금 당장 넌지시 손이라고 잡고

뺨을 비비면서 귓속말로

"고맙다"고 하시오

 

안하던 짓 한다고 뿌리치거들랑

"허허"하고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어주시오

 

이것이 당신들께 하고픈

나의 소박하고 간곡한 권고이니

 

절대로 흘려 듣지 말고

언제 끝나 버릴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 끝나버릴 남은 세월

부디 즐겁게 사시구려.

 

< 출처 : 소리사랑 - 좋은 글 중에서 - >

'정겨운 삶 > 좋은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 곳마다 친구가 있는 사람  (0) 2026.03.17
인생길 가다보면  (0) 2026.03.16
마음이 따뜻한 사람  (1) 2026.03.11
나를 사랑해주는 법  (0) 2026.03.10
행복을 담는 그릇  (0)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