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게 나아

발전소 하청 일을 하다가 발목이 다쳐 수술해야 한다는 아들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꽃잎을 놓은 벚나무처럼 파르르 떨었다
물 고인 어머니 그림자 위로 떨어진 꽃잎이 젖었다
‘내가 아픈 게 낫지, 니가 아프니께 내 속이 타들어가야’
‘엄마가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게 나아’
비 내린 뒤끝, 서로 먼 산만 바라보다가
눈앞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다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구부러진 손가락을 꼭 잡은 아들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
물웅덩이에 흔들리는 어머니의 그림자가 벚꽃잎을 머금고
훌쩍이며 봄날로 뛰어든다
발전소 꼭대기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바람과 싸우던 아들이
봄날로 뛰어든다
-박경희 시, <벚꽃잎 흩날릴 때>
나보다 먼저 당신 생각에 눈물로 보냈던 봄날,
아픈 줄도 모르고 당신의 아픔에 눈물짓는 두 사람이 바로 서로의 ‘봄날’입니다.
< 출처 : 행복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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