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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로 그린 수묵화

백광욱 2025. 4. 14. 18:48

 

먹으로 그린 수묵화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이는 바로 극락이다.

 

✒️ - 법정스님

 

< 출처 : 소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