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뭉클한 나의 '엄마'
이름만 들어도 뭉클한 나의 '엄마'
그 시절, 어머니의 노랫가락
오월이 되면 어머니의 노랫가락이 귓가에 맴돕니다. 어머니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셨습니다.
“이팔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 봅시다…”
어머니는 젊어서 닦지 못했던 학문이 그리도 그리웠던 것일까요. 노래할 때면 첫 마디가 늘 이 노랫가락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글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글자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창피했던 것인지 무안했던 것인지 아예 모르는 척 사셨습니다. 글자를 그림처럼 외워서 알고 있었지만, 마음 놓고 안다고 하지 못한 그 마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이팔청춘에 공부하기 위해 처음으로 어머니 품을 떠나 읍내로 나갔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자식이 배우는 공부로 대리만족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 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열심히 할 것을.
“청춘 홍안을 네 자랑 말어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노나…”
청춘가의 서너 번째 절쯤 될 것입니다. 젊다고 자랑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구절이죠. 어머니는 칠 남매를 키워내느라 자랑할 새도 없이 청춘을 보냈고 돌아볼 새도 없이 백발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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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시간에서 남는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곧 우리도 어머니처럼 나이가 들고 기억이 쇠퇴할 텐데.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사연의 노랫말처럼 된다면야 무엇을 걱정할까요. 어머니의 삶은 마지막까지 익지 못하고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어머니의 청춘가는 세월을 노래했고 나이듦을 애통해했습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읊는 어머니의 노래가 당신이 살아온 세월과 같았죠. 기억을 잃은 그 시간에도, 생각 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지만 노랫말 내용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어머니의 소리였을 것입니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소리, 그 마음을 알아채지 못 했죠. 어머니의 노래가 바로 어머니의 삶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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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처럼, 흐르는 물같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의 몸은 허망하고 세월은 무정할까요. 어머니는 시간을 거슬러 아기가 되었다가 아흔에 다시 돌아왔던 세계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9년이 흘렀죠. 이제는 어머니가 부르던 노랫가락을 가끔 흥얼거립니다.
엄마는 나이가 들고, 우리도 언젠가 엄마의 나이가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한켠이 뭉클한 나의 엄마. 이 가을,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주고 누구보다 아름답게 익어갔던 엄마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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