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삶/삶의 지혜

나만의 공간이 주는 놀라운 힘

백광욱 2023. 1. 11. 00:03

 

나만의 공간이 주는 놀라운 힘

 

더 좋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 내 인생의 동기부여가 되다.

2018년 9월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 당시 원룸 이사 비용을 알아보니 약 20~30만 원이었다. 나의 경우 들고 갈 짐이 거의 없고 이사 갈 집이 풀옵션이었기에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원룸 이사도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들고 온 짐은 거의 없었지만 살림살이를 새로운 공간에 다다시 정리한다는 게 여간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사 당일 기존 임차인의 퇴실시간과 비슷하게 들어오느라 입주청소를 받지 않았는데, 직접 입주청소를 청소하느라 왠지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반나절에 거쳐 이사를 다 마치고 햇살이 들어오는 창을 바라보니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물론 내 집 장만도 아니고, 전세도 아닌 월세집이었지만 공간이 달라지니 마치 삶이 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생긴 기분이었다. 이제 비로소 그토록 원하던 독립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독립을 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중 가장 꿈꿔왔던 건 바로 ‘집들이’였다. 이전 집은 너무 좁고 초라해서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는데, 새로운 집은 최소 6~7명 정도는 편하게 앉아서 놀 수 있었다. 이사를 하고 약 두 달 가까이 친구와 지인, 가족들을 초대해 주말마다 집들이를 했다. 그리고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전 집에선 채광이 좋지 않아 화초가 금방 썩어버릴 것 같은 마음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채광이 좋아지니 식물 초보인 나도 왠지 잘 키울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 댁에 있는 화초 두 개를 가져와서 나름 분갈이도 하고 영양제도 주며 애정을 담아 키우기 시작했다. 가끔 햇살이 쨍쨍한 날, 엄마가 화분에 물을 주며 “여기 새싹이 뽀록 뽀록 난 거 봐 너무 예쁘지 않니?”라고 말하시곤 했다. 당시엔 ‘식물이 거기서 거기지 뭐..’하는 생각이었는데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얘기하신 건지 이제는 알게 되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신이 직접 키우는 화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하셨던 것이다.

주방 공간이 넓어지니 배달시키는 횟수보다 직접 요리해 먹는 날이 늘어났다. 거기에 저녁마다 헬스장까지 다녔으니 예전보다 훨씬 체력이 좋아졌다. 청소나 빨래하는 게 힘들거나 귀찮지도 않았다.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어떤 걸 하더라도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밖에서의 생활보다 집이 더 좋았고 집이라는 공간에 안정이 찾아들자 자연스럽게 심신의 안정이 찾아왔다.

사실 이전 집에서 지낼 때는 가위에 자주 눌렸다. 집에 햇살이 없고 어두컴컴해서 뭔가 우울한 기분이 들었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당연히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잠에 들려고 하면 밖에서는 취객 소리와 경찰차 소리가 들려와 잠을 설치곤 했다. 이런 상황이 매일같이 일어나니 불면증이 심해지고 가위눌림이 잦아졌다. 건강과 워라밸을 생각해서 결심했던 독립이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가끔 어느 날은 자기 전 부모님 댁이 그리워서 마음속으로 수십 번 ‘나 돌아갈래’를 외치며 울다 잠든 적도 있다. 지금은 혼자 사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졌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집을 벗어난 뒤 단 한 번도 잠을 설친 적이 없다.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모든 게 평온했는지 그 당시가 나의 건강 리즈시절이었던 것 같다.

 

1인 가구 서울 생활비

그런데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월세가 늘어나니 생활비가 이전보다 살짝 빠듯해진 것이다. 당시 매일 가계부 어플을 작성했는데 크게 지출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잘 자잘한 1만 원 2만 원이 모여 마치 1천만 원이 된 느낌이랄까. 점심도 웬만하면 부모님께서 가져다주신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 먹고 약속도 거의 잡지 않는 집순이였는데도 말이다. 먹고사는 게 가장 힘들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은 정말 사실인듯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내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건 바로 ‘식비’와 ‘건강유지비(영양제 등)’다. 지금 당장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대충 챙겨 먹거나 굶다 보면 그 아낀 돈을 고스란히 병원에 가져다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먹을 것에 사치를 부리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단지 최소한의 금액으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먹고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제대로 된 독립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 생활비] 약 160만 원
– 월세/관리비 70만 원
– 공과금 여름 5만 원 / 겨울 7만 원
– 교통비 2만 원 (주말)
– 점심식비 4만 원 (주 1회 외식, 평소 도시락)
– 커피 (회사 머신 활용)
– 기타 식비 30만 원
– 문화여가비 20만 원
– 휴대폰, 보험 20만 원
– 기타 비상금 10만 원
– 나머지는 청약&적금

 

생활비의 가장 큰 부분은 월세였지만 이건 절대적으로 불가피한 부분이었기에 최대한 다른 쪽으로 지출을 줄였다. 종류별로 구매하던 의류도 최대한 간편하고 실용적인 것들 위주로 구매했고, 점심 먹고 즐겨 마시던 커피도 텀블러에 담아오거나 회사 머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2018년도 일명 ‘욜로’문화가 생기면서 한동안 괴리감을 느꼈던 적도 있다. 나를 제외한 주위 많은 사람들은 버는 족족 쓸 거 다 쓰고 노는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모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맞게 가고 있는 건지 이따금씩 의문이 생겼지만, 원래 사람은 목표치가 생기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당시 나의 목표는 정말 소박하면서도 컸던 <내 집 마련>이었다. 그러한 꿈이 생기니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까지 생겼다. 동기부여가 명확하게 생기면 좋은 점은, 일을 하며 마주하는 힘든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빨리 잊게끔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괴롭히더라도 ‘어차피 회사는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다니는 일터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힘든 일들이 조금은 사그라든다.

누구에게나 ‘공간’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간이 내게 주는 의미는 너무나도 컸기에, 나는 일터에서의 동기부여를 <더 좋은 공간 마련하기>로 정했다.

 

< 출처 : 행복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