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전의 향기

허물을 살피되

백광욱 2018. 1. 11. 09:49

 

 

 

허물을 살피되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이는 군자이고,
남의 허물만 보고 자기의 허물은 보지 않는 이는 소인이다.

 

 

見己之過。不見人之過。君子也。
견기지과。불견인지과。군자야。

見人之過。不見己之過。小人也。
견인지과。불견기지과。소인야。


- 신흠(申欽, 1566~1628), 『상촌선생집(象村先生集)』 제39권 잡저(雜著) 「검신편(檢身篇)」

해설

   조선 중기의 문신 상촌(象村) 신흠(申欽) 선생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이른바 군자라 함은 세상일에 밝은 사람일 텐데, 자신의 허물이야 당연히 보고 반성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남의 허물도 보고 지적하여 바로잡도록 해서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남의 허물은 보지 말라니 다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선생의 말씀을 보니 ‘아하’ 하고 바로 이해가 갑니다.

 

몸을 참으로 성실하게 살핀다면 자기의 허물이 날마다 앞에 나타날 것인데, 어느 겨를에 남의 허물을 살피겠는가. 남의 허물을 살피는 사람은 자기 몸을 성실하게 살피지 않는 자이다. 자기 허물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만 알며 자기 허물은 묵과하고 남의 허물만 들추어낸다면 이야말로 큰 허물이다. 이 허물을 고칠 수 있는 자라야 바야흐로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檢身苟誠矣, 己之過日見於前, 烏暇察人之過? 察人之過, 檢身不誠者也. 己過則恕, 人過則知, 己過則默, 人過則揚, 是過也大矣. 能改是過者, 方可謂無過人.]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어도 남을 꾸짖는 데는 밝고, 비록 총명할지라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라는 유명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별로 유쾌하지도 않은 신조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하도 남발되는 세상이라 상촌 선생의 말씀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한 해를 보내며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쓴이조경구(趙慶九)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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