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를 추천하면 높은 상을 받는 것이 옛 법도이다.
신하 본인이 현자일 경우
현자가 죽으면 하던 사업도 끊어진다.
하지만 현자를 추천할 경우
추천한 이는 죽어도 현자는 그대로 남아있다.
때문에 가장 높은 상을 내리는 것이다.
夫進賢受上賞, 古之道也.
부진현수상상, 고지도야.
爲人臣, 苟使賢也, 賢沒而事熄, 進之以賢, 則人亡而賢猶在焉,
위인신, 구사현야, 현몰이사식, 진지이현, 즉인망이현유재언,
賞之所以無尙也.
상지소이무상야.
- 이익(李瀷 1681-1763),〈서징비록후(書懲毖錄後〉,《성호전집(星湖全集)》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신하들 가운데 누가 가장 현자이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제나라의 포숙(鮑叔)과 정나라의 자피(子皮)를 들었습니다. 제나라에는 관중(管仲)이 있고 정나라에는 자산(子産)이라는 명재상들이 있었지만, 이들을 왕에게 추천한 포숙과 자피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자는 그 자신이 활동하는 기간 동안 공적을 쌓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현자를 알아보는 사람은 현자를 발굴하여 추천함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한나라 고조는 건국의 최고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진평(陳平)에게 상을 주기에 앞서 그를 추천한 위무지(魏無知)라는 사람에게 먼저 상을 내렸습니다.
서애 유성룡은 임진왜란 때 도체찰사를 맡아 전쟁을 총지휘하며 맹활약을 펼칩니다. 그런데 성호 이익은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고 난 후 그 책 말미에 자신의 느낌을 써놓은 〈서징비록후(書懲毖錄後〉에서 이러한 그의 활약은 오히려 작은 일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임진왜란은 누가 보아도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장수에 의해 극복되었습니다. 유성룡의 가장 큰 공은 이순신의 능력을 미리 알아보고 임금에게 추천한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이순신은 일개 하급 장교로 전장에서 이름 없이 싸우다 전사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책임자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만 찾는다면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을 주변에 많이 둔다면 각 분야에서 이 시대의 현자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최채기(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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