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고전의 향기

[스크랩] 학교 교육과 나라의 미래

백광욱 2010. 4. 29. 08:03

정치 수준의 낮고 높음은 인재가 성하느냐 쇠하느냐에 달려 있고,

인재 배출의 성하고 쇠함은 학교가 흥하느냐 폐하느냐에 관계된다.

治體之汙隆。繫乎人材之盛衰。人材之盛衰。關乎學校之興廢。

치체지오륭。계호인재지성쇠。인재지성쇠。관호학교지흥폐。

- 최항(崔恒),〈인천향교중수기(仁川鄕校重修記)〉,《동문선(東文選)》

 

인천부사(仁川府使)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락한 향교부터 수리하자, 최항(崔恒, 1409∼1474) 선생은 위와 같은 말씀으로 이 일을 칭찬하십니다. 학교가 흥성해야 인재가 많이 나오고 그런 인재를 통해 나라도 잘 다스려진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당연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교육계의 모습은 이런 진리와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온 힘력을 기울여야 할 교육 현장이 교육 관계자들의 부정과 비리로 더럽혀지고, 심지어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시켰다가 문제가 드러나자 부랴부랴 입학을 취소하는 황당한 일까지 생겼으니, 어른들의 욕심에 애꿎은 학생들 가슴만 멍이 든 셈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육 기관이 과연 진정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에 중고등학교는 물론 심지어 초등학교까지도 오직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기관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은 또 어떤가요? 미래를 꿈꾸며 인격을 함양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전당이 아니라, 비싼 등록금 마련에 허덕이는 청춘들의 오직 취업을 위한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대학과 자본의 거대한 탑에 짓눌려 자신의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차라리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며 학교를 자퇴한 어느 대학생의 절규와 그에 공감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절망이, 무기력한 기성세대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글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출처 : 시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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